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대통령 거취도 정리 않고 ‘개헌론 띄우기’

2016.11.27 22:17 입력 2016.11.27 22:53 수정

정치권, 공감대 크지만 ‘시기 부적절’ 비판…방향도 ‘제각각’

각 세력 새판짜기에 활용…가치 빠진 연대 ‘제2민자당’ 우려

비선 실세 국정농단 국면에서 잠잠해졌던 개헌 문제로 정치권이 꿈틀거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 이후 가속화할 대선 정국을 앞두고 정계개편 문제까지 맞물리면서다.

하지만 정국 최대 이슈인 박근혜 대통령 거취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헌론 띄우기’가 시기적으로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추상적인 구상만 제시돼 정략적 의도로 추진된다는 지적이 있다.

개헌론에 불을 지핀 것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다. 그는 지난 23일 대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친문·친박 패권주의를 제외한 어느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다”며 정계개편에 주도적 역할을 할 뜻을 밝혔다. 그 고리가 개헌이다.

이후 정치권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주축인 비상시국위원회는 27일 대표자·실무자 간 연석회의, 비상시국회의 등을 잇달아 열고 정기국회 내에 개헌특위 구성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지난 26일 만나 개헌과 제3지대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정 전 의장은 “이번 대선을 통해 대한민국을 리세팅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개헌”이라고 밝혔다.

갑자기 달궈진 개헌론을 두고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각 세력이 ‘새판 짜기’를 위한 연대의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조속한 개헌에 선을 긋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문 전 대표는 25일 “지금 상황만 해도 혼란스러운데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는가” “헌법에 죄가 있는 게 아니다” 등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여권에서도 당면한 탄핵 문제를 마무리짓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많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비상시국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비상시국위원회) 대표자회의에서 자꾸 개헌 이야기가 나오는데 개헌을 탄핵에 연계시키는 건 옳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지금 개헌 논의가 권력구조 개편에만 주목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한 구상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에선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큰 상태다.

그러나 의원내각제인지 분권형 대통령제인지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다. 개헌 방향을 두고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한국 사회 청사진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개헌 주도파라고 할 수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 야당 내 비문재인 측은 경제민주화, 노동시장 구조개편 등 주요 정책적 사안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개헌이 덩치를 키워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연대 수단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치연대’가 아니라 1990년 ‘3당 합당’으로 창당된 민주자유당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헌법을 개정하자는 사람들, 딱 하나만 답해주면 좋겠다. ‘4년 중임제든 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원하는 대로 헌법을 개정하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데?’”라고 썼다. 개헌 자체가 촛불민심이 원하는 새로운 사회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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