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 박수치는 미국, 속내는…

2007.08.29 18:23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국제사회는 28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전원의 석방 합의 소식을 일제히 반겼다. 외신들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 대처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몸값 등 이면합의나 피랍 재발 가능성 등의 문제가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는 톰 케이시 부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석방 합의 발표를 반기며 인질들의 석방을 적극 환영한다”면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풀려나 최대한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이 협상에 관여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며 “인질범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 원칙을 어기고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선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과 아프간은 테러·인질범과의 협상은 더 많은 납치를 부를 수 있다며 대면협상을 반대해왔다.

아프간 정부는 이날 “한국의 합의는 탈레반에 항복한 것이며 결국 더 많은 인질 납치를 초래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한국과 탈레반의 대면협상은 미국을 실망시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또 “탈레반이 아프간 영토 내에서 한국 정부를 직접 상대하며 자신들이 정통성 있는 정치세력임을 전세계에 과시하고 입지를 굳히는 소득을 얻었다”고 전했다.

반면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사태를 원만한 해결로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정부가 미국·아프간 정부에 유연성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이같은 진정성이 탈레반에 통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LA타임스는 “남성 2명의 희생은 한국을 경악시켰지만 이에 자극받은 한국 정부가 카불에 대통령 특사를 보내고 직접 대화에 나선 결과 전원 무사 석방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29일 “협상 도중에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남은 인질 전원의 석방 합의를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특히 탈레반측이 인질 석방에 동의한 것과 관련, ▲라마단을 앞두고 이슬람 사회의 비판 고조 우려 ▲억류 장기화로 인한 탈레반 말단 대원들의 피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한국이 처음부터 맞교환 대신 몸값을 통한 해결을 모색해 왔다는 점에서 만약 거액의 몸값이 지불됐다면 앞으로 몸값을 노린 외국인 납치사건이 촉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 탈레반이 당초 1인당 100만달러에서 50만달러를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전원 50만달러’로 맞섰다고 전했다.

중국도 석방 합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최근 해외 진출이 크게 늘면서 자국민에 대한 납치, 습격, 살해 등 안전 사건이 잇따라 이번 사태의 추이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카불발로 물라 카리 바시르 탈레반측 협상대표의 합의 발언을 전한 데 이어 청와대의 공식 발표를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석방 합의 소식에 기뻐하면서도 살해된 2명의 유족들에게 미안해하는 피랍자 가족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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