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 가족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2007.08.29 00:00

28일 저녁 아프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인질 19명 전원이 석방된다는 낭보를 접한 경기 분당 피랍자 가족 대책위 사무실은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가족들 환호·감격=이날 저녁 8시10분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이 “탈레반과의 대면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인질 19명을 전부 석방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가족들은 일제히 “만세” “감사합니다”라고 환호했다. 일부 가족들은 “꿈이냐 생시냐” 하면서 서로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28일 저녁 경기 분당 가족모임 사무실에 있는 피랍자 가족들이 정부의 ‘인질 전원 석방 합의’ 발표를 듣고 만세르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8일 저녁 경기 분당 가족모임 사무실에 있는 피랍자 가족들이 정부의 ‘인질 전원 석방 합의’ 발표를 듣고 만세르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피랍 기간 동안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을 졸였던 가족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표정이었다. 긴장이 풀린 듯 고개를 숙인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가족들은 사방에서 걸려오는 축하 전화를 받고 지인들에게 석방 소식을 전하느라 휴대폰을 떼지 못했다.

가족모임 차성민 대표는 떨리는 목소리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국민들이 걱정해주고 각계각층에서 애를 써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차씨는 그동안 각종 외신보도가 나올 때마다 “귀국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는 믿지 않겠다”며 반응을 자제해왔다. 서명화(29·여)·경석(27)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씨는 “자식이 둘씩이나 인질로 잡혀있는 상태에서 가슴을 졸였던 지난 날들이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지난 주말부터 석방될 가능성이 크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라 나왔지만 긴가민가해 마음을 놓지 못했는데 사실로 확인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영경씨(22·여)의 어머니 김은주씨는 “꿈같은 현실에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동안 애간장이 탔는데 살아 돌아온다니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제창희씨(38)의 누나 미숙씨는 “외아들인 창희는 마음씨가 천사같다. 월급타면 쌀을 사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착한 애였다. 정부와, 특히 이번 일을 걱정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윤영씨(35·여)의 남편 류행식씨는 “이제 아이들에게 엄마가 돌아온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하루에도 몇번씩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다”고 말했다.

샘물교회에는 이날 저녁 석방 소식을 듣고 달려온 교회 관계자들과 신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교회 관계자들과 교인들은 사무실을 지나며 “석방됐대요” “다 나온대요”라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는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교회 주변에는 이웃 주민들도 삼삼오오 몰려 나와 함께 석방의 기쁨을 나눴다. 교회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영숙씨는 “교회 사람들이 무탈하게 돌아올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면서 “그동안 고생한 가족들도 이제는 마음을 편하게 먹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석방의 기회를 양보했던 이지영씨(36) 오빠 종환씨는 “동생이 석방을 양보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는데 모두 풀려나서 정말 잘됐다. 지금 생각하면 동생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희비 엇갈려=피랍 초기 숨진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유족들은 석방소식을 반기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씨(62)는 “아들과 함께 떠났던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온다니 기쁘기 한량없다. 하지만 왜 우리 아들은 죽어서 돌아와야 했는지…”라며 울먹였다.

장례까지 미루고 나머지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 피랍자 가족들과 함께 했던 배목사의 형 신규씨(45)는 “동생도 분명 기뻐할 것이다. (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유족들은 인질들이 귀국하는 대로 배목사의 장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먼저 석방돼 국군수도병원에 입원중인 김지나씨(32)·김경자씨(37)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김지나씨의 오빠 진규씨는 “병원에 있는 동생이 제일 기뻐하는 것 같다”면서 “동생은 ‘국민 여러분, 그리고 세상을 떠난 배형규 목사, 심성민씨에게 빚을 진 마음으로 평생을 살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성남|최인진·강병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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