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 대부분 건강상태 양호한듯

2007.08.28 23:59

탈레반에 납치, 억류됐다 풀려나는 한국인 피랍자 19명은 가즈니주 미군 기지와 바그람 기지 등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표단은 정확한 석방 일시와 방법, 절차 등을 탈레반과 조율하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석방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서 곧바로 신병을 인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인질 석방 협상에 참석했던 아프간 부족 원로 모하마드 자히르도 이날 한국인 인질들이 3~4일에 걸쳐 석방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인질들이 분산 억류돼 있어 한꺼번에 풀어주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납치단체 사이에 피랍자 석방이라는 대원칙이 합의된 만큼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인질들은 아프간 가즈니주와 인근 2개주 등 적어도 3개 지역에 나뉘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은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의 기습에 대비해 인질들을 파키스탄 부근의 팍티카주 등 다른 장소로 옮겨다니게 했다. 이 때문에 탈레반은 석방 일시와 인도 장소를 각 지역별로 정한 뒤 인질들을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인질들의 인도 절차는 여러 단계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3일 풀려난 김경자·김지나씨는 아프간 원로 자히르와 함께 가즈니주의 특정 지점까지 이동한 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소속 차량으로 갈아탄 바 있다. 이번에도 탈레반은 인도 장소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원로들을 통해 인질을 ICRC나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인질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대변인은 “피랍자 19명 중 12명은 대면협상 전에 직접 통화해 안전을 확인했으며 나머지 7명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 아닌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랍자들이 41일간 억류 상태로 지내온 아프간 산악지대는 대기가 건조하고 산소가 부족해 외지인들이 적응하기 힘든 기후다. 게다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에서 인질들이 받았을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량한 영양 상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탈레반 가즈니주 사령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지난 27일 “한국인 인질이 아프간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음식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주 이동을 하기 때문에 직접 요리한 음식을 주지는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인질들이 석방되는 대로 가즈니주 미군기지로 옮겨 간단한 의료 검진을 실시할 방침이다. 현재 아프간 파병 동의부대 소속 의료진 10여명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들은 이곳에서 진찰을 받고 미군측 헬기를 이용해 바그람 공군 기지 안에 있는 동의·다산부대로 이동하게 된다. 피랍자들은 정밀 진료를 받고 휴식을 취한 뒤 카불로 이동, 민간 항공기편으로 두바이를 거쳐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근철·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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