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던 그녀들 “지쳤지만 이젠 괜찮아요”

2007.08.29 18:23

한국인 인질 전원 석방 합의가 29일 한지영씨 등 12명의 석방을 시작으로 이행되기 시작했다. 4~5명씩 그룹을 지어 3~4일에 걸쳐 석방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는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예상보다 훨씬 일찍 석방이 이뤄진 것이다.

탈레반이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물라 바시르 탈레반 협상대표는 남은 7명의 피랍자들도 30일 석방될 것이라고 밝혀 돌출변수가 없는 한 19명의 피랍자 전원이 이르면 이번주 중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간 인질 석방]흐느끼던 그녀들 “지쳤지만 이젠 괜찮아요”

이날 석방이 세차례로 나뉘어 진행된 것은 피랍자들이 서로 다른 곳에 억류돼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피랍자 석방은 세차례 모두 지난 13일 김경자·김지나씨의 석방 때와 같은 경로를 통해 이뤄졌다.

탈레반이 제3의 지역에서 석방자를 부족원로 하지 자히르에게 넘기면 자히르가 이들을 적신월사 차량에 태워 가즈니시에 위치한 미군기지에 있는 한국측 관계자에게 인도하는 방식이다. 하지 자히르가 석방자들을 인도받았다는 점도, 이동에 사용된 차량도 모두 동일했다. 다만 세 차례 모두 다른 장소에서 석방됐다.

1차 석방 장소는 가즈니시에서 남동쪽으로 2㎞ 떨어진 카라이카지 지역이었다. 자히르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적신월사 차량 대기 장소에 도착한 한지영씨 등 3명은 국제적십자위원회 위원들의 인도에 따라 재빨리 적신월사 차량으로 바꿔탔다.

방송 화면에 비친 이들은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모두 분홍 바탕에 초록 무늬가 들어간 같은 헤자브로 얼굴을 완전히 감싼 상태였다. 이동 당시 국제적십자위원회 위원들의 부축을 받았지만 건강에는 이상이 없어 보였다. AP통신은 이들이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는 석방자 가운데 한 명이 이동 도중 전화를 통해 “우리는 매우 지쳤지만 괜찮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석방을 중개한 자히르 역시 AFP와의 전화통화에서 “석방된 3명 모두 건강하다”며 “석방자 가운데 1명은 전화로 엄마 아빠와 통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차 석방 장소는 안다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5명은 자히르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즈니시 인근에 도착한 뒤 정차돼 있는 국제적십자사 차량에 옮겨탔다. 여성 4명은 헤자브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다. 피랍 이후 남성으로선 처음 석방된 고세훈씨는 아프간 전통 의상을 입은 채 대한민국 국기가 새겨진 붉은색 조끼를 걸치고 있었다. 앞서 석방된 한씨 등이 국제적십자위원회 위원들의 부축을 받아 이동했던 것과 달리 이들 5명은 모두 부축 없이 이동해 건강해 보였다.

AFP통신은 이들 가운데 한 여성과 전화통화를 했으며 그가 아프간 다리아어로 “나는 행복합니다. 매우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3차 석방자에 속한 유경식씨·서명화씨 등 4명은 역시 가즈니주 카라바그 중앙인 아프카르코그 지역에서 자히르에게 전해졌으며 역시 국제적십자사 차량을 통해 한국측 관계자에게 전해졌다.

바시르 탈레반 협상 대표가 남은 7명의 피랍자 석방 계획도 밝힌 만큼 30일에는 전원 석방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아랍 위성 방송 알 자지라는 “탈레반이 남은 피랍자들을 내일 오전 10시30분쯤 부족 원로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바시르는 AFP와의 전화 통화에서 “탈레반은 가능하면 모든 인질들을 빨리 풀어주고 싶어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19명의 일괄 석방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장소에 억류돼 있는 피랍자를 한 자리에 모으는 절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선기자 kjs0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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