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협상” 반전 거듭…정부 직접협상 돌파구

2007.08.28 23:58

피랍과 살해, 그리고 석방까지. 가슴 졸이는 41일간의 인질극이 막을 내렸다. 정부 수립 이후 가장 많은 수의 국민이 외국에서 무장세력에 의해 인질로 붙잡힌 초유의 사태는 순간순간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아프간 인질 석방]“살해” “협상” 반전 거듭…정부 직접협상 돌파구

#피랍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납치됐다는 비보가 외신들을 통해 전해진 것은 지난달 20일 저녁 9시쯤이다. 탈레반 무장세력이 전날 오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향하던 버스를 멈추게 한 뒤 한국인 23명을 납치했다는 보도였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로이터, AFP통신 등 외국 언론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아프간 주둔 한국군이 철수하지 않을 경우 피랍자를 모두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랍을 공식 확인한 정부는 아프간 정부를 통해 탈레반 접촉을 시작했고, 아프간 파병 한국군이 연말 이전 철군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탈레반은 석방 조건을 한국군 철군에서 동료 탈레반 수감자와의 맞교환으로 옮기며 사태가 한층더 복잡해질 것을 예고했다.

#살해, 추가 살해

탈레반은 협상시한을 제시하며 살해 위협을 시작했다. 아프간 정부를 중개로 한 탈레반과의 간접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탈레반이 내세운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 요구에 대해 아프간 정부가 불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결국 탈레반은 지난달 25일 “협상 실패”를 선언하고 배형규 목사를 살해했다. 이후 탈레반은 협상시한을 몇번씩 제시하며, 수감자 석방을 요구했다. 배목사 살해 다음날인 26일에는 여성 인질 임현주씨의 육성이 공개됐다.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정부는 백종천 대통령 특사를 아프간에 파견,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면담하는 등 외교전을 폈지만 여의치 않았다. 탈레반은 지난달 31일 심성민씨를 추가 살해, 잔인성을 보여주면서 압박의 강도를 최고조로 높였다.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5~6일),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부족 원로 회의 ‘평화 지르가’(9~12일) 역시 별 소득없이 끝났다.

#여성인질 2명 석방

사태 해결의 가닥은 정부와 탈레반의 대면협상에서 잡히기 시작했다. 탈레반은 수감자 석방 요구에 대해 요지부동인 아프간 정부를 통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판단 아래 한국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피랍 발생 23일째인 지난 10일 가즈니주 적신월사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측이 마주 앉았다. 인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의 신호가 켜진 것이다. 다음날 두번째 대면협상이 끝나고 낭보가 전해졌다. 협상타결 전까지는 인질 석방은 없다는 탈레반이 입장을 바꿔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아마디 대변인은 외신들과의 통화에서 탈레반 지도위원회가 ‘선의의 차원’에서 여성인질 2명을 석방키로 했다고 밝혔다. 13일 드디어 김경자·김지나씨가 무사히 풀려 났다.

#지루한 협상, 19명 전원 석방 합의

16일 세번째 대면협상 이후 대면협상은 한동안 중단됐다. 시간만 흘러갔다. 탈레반은 추가 살해 위협도 하지 않았고, 인질 상태에 대한 언급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정부와 탈레반은 전화를 통해 꾸준히 조율이 이뤄졌다. 탈레반은 자신들의 협상팀에 석방요구 대상 수감자의 명단이나 숫자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다소 유연한 모습을 보여 무사 석방의 기대감이 점점 높아졌다.

지난 25일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는 “인질 19명 전원 석방 합의’를 첫 보도했다. 정부측에서도 낙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28일 네번째 대면협상이 이뤄졌다. 양측의 합의를 보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대표 등이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장’을 찍기 위한 마지막 협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날 오후 8시8분, AFP통신은 ‘인질 19명 전원 석방 합의’를 긴급 타전했다. 피랍 41일 만에 길고긴 인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됐음을 알린 것이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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