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세기의 대화’

“반공 보수 시대 끝나” “아직은 북한 못 믿어” 갈라진 보수

2018.06.12 20:09 입력 2018.06.12 22:38 수정

역사적 회담 계기 ‘반북 이데올로기 변모해야’ 자성론

“공동성명 CVID 빠져 평화쇼” 지적하며 불신 목소리도

<b>김정은·트럼프 손 맞잡자 박수치는 시민들</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악수를 하고 있는 두 정상의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김정은·트럼프 손 맞잡자 박수치는 시민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악수를 하고 있는 두 정상의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한국의 친미·보수 진영의 반응은 묘하게 엇갈렸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북·미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번에도 ‘평화쇼’를 하는 것일 수 있다”며 불신을 버리지 않았다. 다만 정치권 등 일각에선 “이번 회담으로 인해 ‘반공 보수’의 시대는 끝났다”며 정책·노선 대결 등에 맞춘 보수세력의 재구성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이마리아 홍보국장은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또 한번 북한 정권의 거짓말, 평화쇼에 속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북·미 공동성명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단어가 명시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이 성명으로 인해 한·미동맹이 흔들리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 홍보국장은 “단기간 내에 실현 가능한 CVID가 반드시 관철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도만 폐기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한·미동맹을 개정할 빌미를 얻어간다면 한국으로선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맞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북청년단 정함철 구국결사대장도 “미국은 핵폐기가 우선이고 북한은 체제 보장이 우선인 상황에서 양측의 합의는 오히려 북한의 주민들을 억압 통제하는 상황을 보장하는 식의 체제 보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 들어 김정은과 우호적으로만 하다 보니 한·미동맹이 많이 깨졌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대로 북·미 간만 직접 대화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우리는 배제된 것”이라며 ‘코리아 패싱’ 비판을 제기했다.

다만 재향군인회 안찬희 홍보실장은 “미국에서 끝까지 주장한 게 CVID인데 그게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공동성명에 서명을 한 것을 보면 향후 비핵화 조치가 추가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 ‘반공 보수’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보수세력도 1950년 이후 냉전체제 속에서 반북 이데올로기를 근간으로 하던 반공 보수의 모습에서 변모해야 한다는 자성론이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이번 회담으로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자본주의를 도입한 것”이라며 “이는 ‘반공 보수’의 패배가 아니라 승리다. 아직도 보수 진영은 시대의 변화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다 끝나가는 ‘빨갱이시대’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시대착오를 하고 있는데, 이제는 ‘빨갱이 장사’보다는 여야가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를 위한 외교안보 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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