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세기의 대화’

‘CVID’ 못 박고 싶었던 트럼프 “시간이 없었다”

2018.06.12 22:17 입력 2018.06.12 23:05 수정

기대 수준 충족 못시킨 공동성명 왜

한계 시인…“비핵화 약속, 이보다 더 직선적일 수 없다”

비핵화·체제안전보장 원칙 담아 향후 회담 방향 제시

시한·초기 조치 빠진 포괄적 합의에 구체성은 떨어져

<b>머리 맞댄 북·미 수뇌부</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단독회담을 한 뒤 양국 대표단들과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북한 측 리용호 외무상,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 위원장, 통역관,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왼쪽 맨 앞부터). 미국 측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 통역관, 존 켈리 비서실장(오른쪽 맨 앞부터).  싱가포르 | AP연합뉴스

머리 맞댄 북·미 수뇌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단독회담을 한 뒤 양국 대표단들과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북한 측 리용호 외무상,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 위원장, 통역관,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왼쪽 맨 앞부터). 미국 측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 통역관, 존 켈리 비서실장(오른쪽 맨 앞부터). 싱가포르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북·미 공동성명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 조치를 상호 제공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큰 원칙을 담은 선언과도 같다.

공동성명에는 북·미 양측이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고, 북한은 미국의 관계 정상화 약속을 받았다. 향후 이행 방안 협상을 위한 방향은 분명하게 잡은 셈이다. 하지만 양측 합의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면서 목표로 내세웠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초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어떤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교환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전체 로드맵에 시한을 설정할 수 있으며, 양측이 실무협의를 이어갈 수 있는 추가 대화를 제도화할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양측의 행동적 초기 조치에 대한 합의가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공동성명에는 시한도 설정되지 않았고, 초기 조치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끝내 명기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CVID를 합의에 넣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상회담을 서두르다가 목표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고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면서 “새로운 양국관계를 수립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는 문장이 있다. 이것보다 더 직선적일 수는 없다”면서 “(비핵화) 프로세스를 매우 빠르게 시작할 것”이라며 향후 협상을 속도감 있게 진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하기를 원하고 나보다 더 원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이 주요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폐쇄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폐쇄를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적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프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번 합의는 당초 미국이 원했던 결과와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당초 공언했던 수준에 못 미치는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현실적인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고 톱다운 방식의 접근으로 협상의 물꼬를 트는 데는 성공했지만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부분을 논의하는 단계에서는 역시 과거와 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조기 해결을 자신하고 이란 핵합의(JCPOA)를 파기하는 등의 조치로 여론의 기대 수준을 지나치게 높여 놓은 것도 이번 합의를 부족하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기가 쉽지 않은 것이 북핵의 현실이라는 지적도 있다. 향후 협상팀의 부담이 매우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협상의 기초가 마련됐다는 점은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를 다뤄왔던 한 소식통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패한 합의는 아니다”라며 “금방이라도 평화가 찾아오고 협상 초반에 핵탄두를 반출할 수 있을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어간 언론과 정치권의 과도한 기대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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