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세기의 대화’

평소보다 진중했던 트럼프, 여유 찾아간 김정은

2018.06.12 22:03 입력 2018.06.12 23:25 수정

‘싱가포르 대화’에 비친 두 정상의 화법

중간중간 사적 대화·유머 주고받아…서로 치켜세우기도

김정은 “오늘 훌륭한 출발” 트럼프 “그는 재능있는 사람”

<b>나란히 한곳</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업무오찬을 마친 뒤 함께 산책을 나가고 있다. 싱가포르 | AP연합뉴스

나란히 한곳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업무오찬을 마친 뒤 함께 산책을 나가고 있다. 싱가포르 |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거리낌 없는 대화로 양국관계 개선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리틀 로켓맨”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서로 비난했던 과거를 잊은 듯 두 사람은 상대방을 한껏 치켜세웠다.

특히 회담을 계기로 서방무대에 데뷔한 김 위원장은 초반에 다소 긴장했지만, 갈수록 긴장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다”며 북·미를 아울러 ‘우리’라고 표현했다. 북·미 간 쌓여온 적대감을 감안하면 파격적 표현이다. “많은 이들이 이번 회담을 일종의 판타지나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라며 농담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뒤 손을 올리는 등 스스럼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평소보다 진중한 모습이었다. “만나게 돼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좋은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부드러운 화법으로 김 위원장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김 위원장과 악수를 하면서 친근함을 표현하려는 듯 왼손으로 김 위원장의 오른팔을 가볍게 잡는 듯이 쳐 눈길을 끌었다.

■ “여러 가지 난제 풀 것”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굉장히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좋은 결과를 맺을 것이라는 데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다”며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맞다”고 거들었다. 김 위원장은 대화 초반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아주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통역을 듣고 “하하하” 하고 웃어 보였다.

두 정상이 단독회담을 마친 뒤 호텔 2층 발코니를 따라 확대회담 장소로 걸어가던 도중엔 여러 차례 폭소가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과거에 해결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난제를 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발목을 지루하게 붙잡던 과오를 과감하게 이겨냄으로써 대외적인 시선과 이런 것들을 다 짓누르고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앉은 것은 훌륭한 평화의 전주곡이라 생각한다”며 “이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해 보지 못한, 물론 그 와중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훌륭한 출발을 한 오늘을 기회로 해서 함께 거대한 사업을 시작해 볼 결심은 서 있다”고 답변했다.

취재진을 대하는 두 정상 태도는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어땠느냐는 미국 언론 질문에 “매우, 매우 좋았다”며 “큰 문제, 큰 딜레마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미스터 김, 당신의 핵무기를 포기할 겁니까’라는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비핵화 이슈가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지만, 독재국가인 북한의 지도자로선 언론의 예기치 못한 질문이 익숙지 않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외국 취재진에 노출된 것도 처음이었다.

■ “세상은 중대한 변화 보게 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직후 포토타임을 하면서 “(김 위원장이) 위대한 인격을 갖추고 있으며 매우 똑똑하다. 좋은 조합”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매우 재능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됐다” “그는 그의 나라를 매우 사랑한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도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러 번 만날 것”이라며 추후 만남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서명식에서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서명을 하게 된다.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과 같은 자리를 위해 노력해 주신 트럼프 대통령께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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