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세기의 대화’

주요 외신들 반응…“역사적 사건” 한목소리, 공동성명엔 ‘낮은 점수’

2018.06.12 21:58 입력 2018.06.12 22:00 수정

외신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한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회담의 합의 수준에 대해서는 “모호하다” “구체성이 부족하다”며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12일 영미권 주요 매체들은 홈페이지에 ‘라이브 업데이트’를 개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만남부터 공동성명 서명 등 전 과정을 숨가쁘게 전했다. 두 정상이 첫 악수를 나누자 “획기적인 정상회담의 문이 열렸다”(월스트리트저널), “새로운 변화가 온다”(폭스뉴스) 같은 헤드라인을 쏟아냈다.

두 정상이 과감한 행보로 새로운 관계를 약속한 것도 높게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담은 아무런 각본도 없었다”며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은 고집불통의 두 정상은 전임자들이 회피해온 합일점을 찾기 위해 만났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합의를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미·중 ‘데탕트’를 연 것과 비교하며 “영속적인 긴장 완화가 가능하다면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평했다. BBC는 생방송으로 두 정상의 악수 장면, 회담 일정과 내용 등을 전했다.

반면 북한의 ‘어두운 면’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부각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탈북자 박연미씨의 영상을 홈페이지 전면에 걸었고, 영국 가디언도 “북한의 인권침해는 이번 회담에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서 평가가 미묘하게 엇갈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진보성향 매체들은 “트럼프가 전체주의 지도자를 치켜세웠다”(워싱턴포스트)고 꼬집었고,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가한 최대 강도의 경제제재 성과”라고 봤다.

두 정상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놀라움도 나타냈다. 가디언은 “가난한 불량국가의 지도자와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만났다”며 “심지어 김정은조차 이것이 놀랍다고 여겼을 것”이라고 했다. “자국민에게 끔찍한 인권침해를 벌인 김정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한 것”(AP통신)이라는 비판론도 나왔다.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담은 공동성명에 대해 외신들은 ‘합의문 수준이 약하다’ ‘과거 합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낮은 점수를 줬다. AP는 “성명의 상당 부분을 ‘추가 논의’에 할애해 이전 공동성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공동성명, 4·27 남북 판문점선언과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 ‘비핵화로 향한다’는 문장은 얄팍한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CNN도 “역사적인 정상회담은 따뜻한 말로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비핵화에 대한 모호한 약속으로 끝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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