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세기의 대화’

경제부처, 남북경협 재개 준비 박차…개성공단 재가동·인프라 구축 집중

2018.06.12 21:47 입력 2018.06.12 22:48 수정

기재부 진두지휘, 산림청 종묘사업·해수부 해상 어시장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 개성공단기업협의회에서 회장단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양국 정상의 역사적인 악수장면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 개성공단기업협의회에서 회장단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양국 정상의 역사적인 악수장면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의 길을 밟아 나가기로 하는 등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경제부처들이 남북 경제협력 재개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본격적 남북경협을 위해서는 유엔의 대북교역 중단 결의안 등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풀어야 하는 선결과제가 남아 있지만 대북 제재가 풀리면 곧장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남북 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난 남북정상회담보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이 관건이었다”며 “일단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북한의 전기·철도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경협을 재개하고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려면 ‘전기시설’ ‘도로·철도 연결’ ‘경제개발구 계획’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재원 마련이다.

남북경협과 북한의 개혁·개방에 필요한 재정 문제를 진두지휘하는 곳은 기획재정부이고, 금융위원회도 실무를 맡아 조율하고 있다. 당장은 남북경제협력기금을 사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혁·개방 속도가 빨라져 자금 수요가 급증할 경우에 대비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수익성이 확보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민간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같이 나서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지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베트남도 개혁·개방 모델을 채택할 때 ODA를 통해 자금을 선진국으로부터 수혈받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단 9년 동안 쓰지 않고 쌓아놓은 남북협력기금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상태”라며 “실제 협력사업에 들어간다면 기금뿐 아니라 국제기구를 통해 조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주요 인프라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약 1400억달러로 추정됐다. 철도(773억달러), 도로(374억달러), 전력(104억달러), 통신(96억달러), 공항(30억달러), 항만(15억달러) 순이었다.

남북경협이 가시화되면 가장 바빠질 부처는 국토교통부다.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자료 수집 등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북 제재 해제 수위에 따라 남북경협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무를 담당할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4월 남북도로협력사업단을 꾸렸고 철로를 설치하는 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전담팀을 만들어 남북경협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역투자실 산하 남북경협팀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협력 사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2016년 2월 북한 핵실험 여파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이후 피해 기업들을 상대로 한 지원 업무에 집중했던 남북경협팀은 올 들어 이어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전기·가스 등 기간시설의 남북 연결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에너지자원실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자원실은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산하기관들로부터 즉시 가능한 대북사업 리스트를 보고받고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산림청은 남북 산림협력이 본 궤도에 오를 경우 황폐한 북한의 산림을 복구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고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북한 산림에 적합한 나무의 품종을 고르고 우수한 종자를 마련해 묘목을 기르는 작업(양묘)을 어떻게 진행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양묘 시범지역으로는 남북 간 물자 이동이 편리한 개성, 금강산, 평양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남북경협 태스크포스(TF)를 꾸린 해양수산부는 서해5도 인근 바다를 서해평화수역으로 조성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해상 파시(바다 위 생선 시장)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남북 간 합의로 북방한계선 부근에 해상 파시를 설치하면 북한은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일정한 수입을 올릴 수 있고, 한국 측 어민은 더욱 자유롭게 조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수부는 남북 간 화물 운송 항로 개설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남측의 동해안과 북측의 나진, 청진항을 오가는 항로를 개설하는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4명에 불과했던 북한경제연구부를 36명(박사+연구원+행정원) 규모의 경제전략연구부로 확장했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반도 신경제포럼’을 발족시켜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 추진전략을 종합적으로 논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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