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세기의 대화’

김정은 “모든 것 이겨내고 이 자리에 섰다” 트럼프 ‘엄지척’

2018.06.12 22:24 입력 2018.06.12 23:59 수정

짧지만 강렬했던 하루

트럼프 특유의 ‘과격한 악수’ 안 해…예정없던 깜짝 서명식도

남북 도보다리 산책 보는 듯, 단둘이 호텔 정원에서 1분 산책

단독·확대회담 합쳐 158분간 대화…4시간45분 자리 함께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업무 오찬 직후 호텔 주변을 함께 산책하고 있다.  싱가포르 | 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업무 오찬 직후 호텔 주변을 함께 산책하고 있다. 싱가포르 | 로이터연합뉴스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4시간45분 동안 이어진 북·미 정상의 첫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처음 대면한 순간에는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으나 회담이 마무리될 즈음엔 두 정상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을 나타냈다.

이날 회담의 하이라이트는 공동성명 서명식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후 1시39분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 앞에 차려진 테이블에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서명이 새겨진 펜을 꺼내 들었다. 김 위원장은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건네준 갈색펜을 손에 쥐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케이”라고 신호를 주자 기다렸다는 듯 문서에 서명했다.

두 정상이 공동선언문을 교환하고 악수를 나누자 수행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퇴장하기 전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두 정상은 이날 오전 첫 악수를 나눈 곳으로 돌아와 기자들의 질문에 짧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날 생각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이다.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은 매우 유능하며 그의 나라를 매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 “나이스 투 미트 유, 김정은”

검은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은 검은색 경호차량을 타고 숙소인 세인트레지스호텔을 출발해 오전 8시53분 회담장에 도착했다. 곧이어 오전 9시 정각 회담장에 전용차량 캐딜락 원을 타고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짙은 감색 재킷에 빨간 넥타이 차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4분 카펠라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의 양국 국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나이스 투 미트 유, 김정은”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님을 만나뵙게 돼서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힘겨루기하듯 각국 정상들과 격한 악수를 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날 악수를 나누는 손길은 점잖고 부드러웠다. 김 위원장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며 왼팔을 툭툭 건드리는 등 다정한 제스처도 보였다. 두 정상은 모두 미소를 띠었지만 어색한 분위기가 가시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다.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주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며 “아주 훌륭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전혀 의심 없이 좋은 관계를 맺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나란히 복도를 걸어 회담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9시12분부터 44분간 단독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회담에 앞서 회담이 어떻게 돼가고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주아주 잘되고 있다”고 답했다.

확대회담은 당초 예정보다 20분 정도 늦어져 오전 11시50분에 끝났다. 단독회담부터 확대회담까지 양 정상 간 대화는 158분 동안 이어졌다. 참석자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서로를 칭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는 것은 평화로 가는 서막”이라면서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우리 만남을 보고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도중 아이패드를 꺼내 김 위원장에게 미리 제작한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동영상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외관계를 개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북한의 발전상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회담 마무리 시점에 김 위원장에게 영상을 보여줬는데 아주 좋아하는 듯했다”고 설명했다.

[북·미 ‘세기의 대화’]김정은 “모든 것 이겨내고 이 자리에 섰다” 트럼프 ‘엄지척’

■ 싱가포르판 도보다리 산책

확대회담이 끝난 후 이어진 업무 오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농담하는 여유도 보였다. 테이블에 앉기 전 사진기자들에게 “잘생기고 날씬하게 나오게 찍어달라”고 말했다. 오찬 메뉴에 햄버거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햄버거가 빠진 대신 북·미 화합을 상징하듯 다양한 한식·양식 메뉴가 식탁에 올랐다.

양 정상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낮 12시37분 통역자 배석 없이 단둘이서 호텔 정원을 산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산책 도중 김 위원장을 자신의 리무진 차량인 ‘캐딜락 원’으로 데려가 내부를 보여줬다.

1분 안팎의 짧은 산책을 마친 뒤 다시 회담장으로 들어가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지금 서명하러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동성명 서명식은 예정에 없던 행사였다.

■ 285분간 만남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동성명 서명 후 8분간 사진촬영과 취재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때가 오후 1시49분. 양 정상의 첫 악수부터 서명식까지 285분간의 만남이 끝났다. 김 위원장은 10분 뒤인 오후 1시59분 센토사섬에서 숙소 세인트레지스호텔이 있는 본섬 쪽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홀로 카펠라호텔에 남아 오후 4시15분부터 기자회견을 열어 1시간 넘게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6시30분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싱가포르를 떠났다. 괌과 하와이에 있는 미 공군기지를 거쳐 워싱턴으로 복귀한다. 김 위원장은 오후 11시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중국국제항공 소속 보잉747기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북·미 정상 싱가포르 공동성명 전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첫 역사적 정상회담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및 지속적이고 강력한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사안들에 관해 포괄적이고, 깊이 있고 진지한 의견 교환을 이루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보 보장 제공을 약속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 한반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며 상호 신뢰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미국과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양국 국민들의 바람에 따라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한다

2.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된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다

3. 2018년 4월27일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

4. 미국과 북한은 이미 확인된 미군 전쟁포로와 전쟁 실종자 유해의 즉각 송환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


역사적으로 최초인 북·미 정상회담이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양국 간 긴장과 적대관계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또한 새로운 미래를 여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획기적 사건임을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 공동성명에 포함된 조항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해 나간다. 미국과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고위 관료가 주도하는 후속협상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열도록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및 한반도 및 세계의 평화, 번영,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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