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는 다음에 도모”…고비 맞는 문 정부 촉진자론

2019.06.30 21:57 입력 2019.06.30 21:58 수정

북, 남측 대화 제안엔 답 않고

중 시진핑도 적극 ‘중재자’로

남·북·미 정상이 30일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만나면서 하노이 회담 이후 4개월여간 교착됐던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 수순에 돌입했다. 하지만 정부의 중재 역할이 컸던 1·2차 북·미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회동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 제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화답하는 형식으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촉진자 역할이 고비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판문점에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음에도 문 대통령은 빠진 채 북·미 정상이 양자 회동을 가진 장면이 이를 보여준다.

판문점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9일 트위터를 통해 ‘깜짝’ 제안을 하고 5시간여 뒤 북한이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후 북·미는 북한군과 유엔군사령부 사이에 설치된 직통전화를 통해 실무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미측과 정보를 교류하며 의전과 경호, 통신 등의 해결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대화 재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정부로선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나 신뢰를 확인하고 실무 대화를 재개하기도 한 것 자체가 일단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 회동이 끝난 뒤 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면서 “양측이 이른 시일 내 실무협상에 돌입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좋은 결과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판문점 회동은 사실상 남측이 배제된 채 북·미 간 직접 소통을 통해 성사됐다는 점에서 하노이 회담 이후 좁아진 문재인 정부의 입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판문점 자유의집 2층에 마련된 회담장에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배치된 가운데 태극기는 없었다는 점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철저히 ‘조연’을 자처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로 가기에 앞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오늘 중심은 북·미 간의 대화”라며 “남북대화는 다음에 다시 또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중재자 역할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는 질문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노력하지만 모든 일이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진 않는다”면서 “똑바로 가기도 하지만 멈추기도 하고 구불구불 가기도 한다”고도 했다. 난관과 우여곡절이 있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비롯한 각종 대화 제의에 일절 대응하지 않으며 미국과의 직접 소통을 원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 공동 진행,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협력 등 남측이 제안한 교류협력 사업들이 무산되거나 진전이 없는 이유다. 최근엔 남측을 향해 북·미 대화에 “참견하지 말라”는 내용의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담화도 나왔다. 남측에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는 의도이지만, 북·미 사이에서 촉진자 역할을 고민 중인 정부로선 아픈 대목이다.

다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북측이 남측을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판문점에서 가진 외신과의 즉석 일문일답에서 “한국 정부와 접촉하고 문 대통령과도 이야기하며 문제를 끌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