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즈니스 천재들” 찬사 뒤 “대미 투자 확대” 청구서

2019.06.30 21:50 입력 2019.06.30 22:55 수정

국내 기업인 간담회

삼성·현대차·SK·CJ 총수에 “감사”…롯데 신동빈 손 잡아

G20 미·중 합의 후 화웨이 관련 압박 발언 안 해 LG 등 ‘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가운데)이 30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가운데)이 30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대미 투자 확대를 주문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와 CJ는 이날 곧바로 대미 추가 투자 계획을 시사했고, 나머지 기업들도 미국 사업 확장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이 자리에서 ‘화웨이 압박’ 동참은 거론되지 않아 일부 기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앞으로도 대기업을 필두로 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 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가 총출동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 박정원 두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도 참석했다. 미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SPC의 허영인 회장, 농심 박준 부회장, 동원그룹 박인구 부회장 등 식품·유통기업들도 초청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해 미국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 백악관을 방문해 미국 루이지애나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기로 약속한 신동빈 회장을 가리키며 “신 회장이 워싱턴에 방문해 3조6000억원을 투자해주기로 했다”고 따로 언급했고,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현대차와 삼성, CJ, SK 총수들을 거명하며 “감사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주시면 감사드리겠다”고도 했다. 삼성 본사 건물과 롯데타워에 대해서는 “굉장히 감탄했다”고 했고, 간담회에 모인 기업인들을 “비즈니스 천재들”이라고 부르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롯데와 CJ는 이에 화답하듯 대미 투자계획을 추가로 내놨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간담회장에 들어서며 “추가 대미 투자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몇 가지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손경식 회장도 간담회 직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미국 식품·유통 사업에 추가로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금액이나 투자 대상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인수·합병(M&A)을 포함해 식품과 물류 중심으로 최대 10억달러 투자를 이어간다는 포괄적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투자 요청을 받은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자 대미 투자를 확대해왔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공장에 15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고율관세를 부과하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기도 했다. CJ는 총 30억달러에 이르는 대미 투자액 중 28억달러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 집행했고, SK는 미국 조지아에서 건설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에 최대 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화웨이 압박 동참 등 한국 기업들의 대중 무역과 관련된 발언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LG 등 화웨이와 거래를 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다. 이날 간담회에 오너인 구광모 회장 대신 지난해까지 LG유플러스 대표를 맡았던 권영수 부회장이 대리 참석한 것도 화웨이와 LG의 관계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많았다. 다만 LG그룹 측은 “구 회장 대신 권 부회장이 참석한 것은 화웨이 거래와 연관이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무역협상 재개 합의가 이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사카에서의 좋은 회담을 계기로 미·중 무역협상을 정상궤도로 복귀시켰다”며 “좋은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데도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