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2~3주 내 실무협상팀 구성…연내 3차 회담 ‘탄력’ 붙을 듯

2019.06.30 22:02 입력 2019.06.30 22:41 수정

‘사상 초유’ 남·북·미 정상 회동의 의미와 전망

곧바로 비핵화 방안 이견 좁히기 위한 실무접촉에 나설 듯

한반도 종전선언 가시권으로…미 대선 국면이 순항 ‘변수’

<b>회동 지켜보는 북한 참모진</b>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 두번째)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왼쪽), 리용호 외무상(왼쪽 세번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왼쪽 네번째)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 수행원들이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남·북·미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 판문점 | 김기남 기자

회동 지켜보는 북한 참모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 두번째)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왼쪽), 리용호 외무상(왼쪽 세번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왼쪽 네번째)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 수행원들이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남·북·미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 판문점 | 김기남 기자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냉전의 현장인 판문점에서 30일 ‘기술적으로는 아직 전쟁상태’인 남·북·미 정상이 손을 잡았다. 이 장면은 70여년 한반도 분단의 역사에 새 이정표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핵심국가의 최고 책임자라는 점에서 역사적 상징성이 크다.

이날 만남은 하루 전인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제안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 같은 중대한 이벤트가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흥적으로 제안되고 김 위원장이 즉각 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양측 모두 대화 재개에 강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짧은 순간이었지만 사상 처음으로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종전선언이 가시권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이뤄진 회동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단순한 악수 교환에 그치지 않고 배석자 없이 53분간 만났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북·미 대화가 위기를 맞은 지 넉 달 만에 사실상 양국 정상의 단독회담이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핵화 협상에서 북·미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양측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를 가진 것은 향후 협상 방향 설정과 동력 제공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에 대화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해둔 상태였으며, 북한은 백악관과 국무부 관료들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톱다운 방식’의 대화 재개를 주장해왔다.

따라서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은 양측의 입장을 절충해 북한이 실무회담에 나올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외교소식통은 “이번 회동은 북·미 실무대화 재개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3차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하노이 충격을 딛고 대화 국면이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실무협상을 통한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주일 내로 협상 대표를 정해 대화를 재개하기로 김 위원장과 합의했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협상 대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그대로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제3국 회동 또는 외교적 채널을 통한 이견조율을 거쳐 양측 실무대표가 평양과 워싱턴을 교차 방문하는 방식을 상정해 볼 수 있다”며 “이 같은 과정은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번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역사적 이벤트임에 틀림없지만, ‘비핵화의 진전’이라는 한반도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회동이 정상 간 의지를 보여주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협상의 진전과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깜짝 제안은 실질적 진전을 목표로 하기보다 북한과의 외교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대선 캠페인’의 성격이 강하다.

싱가포르 합의의 ‘동시적·병행적’ 이행을 주장하는 미국과 ‘단계적·동시적 이행’을 내세우는 북한의 입장을 좁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부분에서 어느 한쪽이 획기적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실무접촉이 순항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합의를 동시·병행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미국과) 의견을 같이했다”며 이 문제에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은 협상을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포함한 모든 글로벌 이슈를 판단하는 기준은 ‘선거에서의 유불리’가 될 것”이라며 “성공적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북한에 대한 요구 수준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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