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세기의 대화’

싱가포르 ‘국제 중재자’ 위상…“아시아의 제네바로 거듭나”

2018.06.12 16:43 입력 2018.06.12 23:26 수정

경제 효과도…리셴룽 총리 “회담 주최 영광” 두 정상에 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1일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가운데)과 함께 관광 명소인 주빌리 다리를 걷고 있다. 싱가포르 | EPA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1일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가운데)과 함께 관광 명소인 주빌리 다리를 걷고 있다. 싱가포르 | EPA연합뉴스

역사적인 6·12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한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제네바’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적 특수도 톡톡히 누리지만 무엇보다 세계의 이목이 쏠린 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 ‘국제 중재자’로서의 위상을 드높인 것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각각 서한을 보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했다. 리 총리는 페이스북에 이를 공개하며 “싱가포르는 회담을 주최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북·미) 양국이 합의 이행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준 싱가포르인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다. 리 총리는 지난 10일 국제미디어센터를 방문해 회담 준비에 2000만싱가포르달러(약 161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 샹그릴라호텔은 물론 주요 호텔은 거의 만실이다. 각국 취재진만 3000명이 넘는다. 로이터통신은 북·미 정상회담 관계자, 언론인 등 4000여명이 일주일간 싱가포르에 머물면서 직접 지출하는 비용만 약 1200만싱가포르달러(약 97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싱가포르 조폐국이 발행한 북·미 정상회담 기념 메달은 최고 80만원에 달하지만 2만여개가 모두 팔려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린다. 샹그릴라호텔과 싱가포르항공의 주가는 전날에만 1% 가까이 올랐고, 센토사섬에서 카지노를 운영 중인 겐팅그룹은 1.6% 상승했다. 자릭 시트 RHB리서치 대표는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 일종의 ‘흥분’을 만들어냈다”며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리면서 관광뿐만 아니라 소비재 부문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싱가포르가 정말 반기는 건 ‘국제 중재자’로서의 위상이다. 싱가포르는 다수의 국제회의를 유치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상의 회담 환경을 제공하고 철통 경호를 선보였다.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구르카 용병을 포함해 5000여명의 경호인력을 투입했다. 바다에는 해군 군함을, 상공엔 아파치 헬기(AH-64)를 띄웠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스위스가 특유의 등거리 외교로 다자협의체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굳힌 것처럼 싱가포르 역시 ‘아시아의 제네바’로 거듭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회담 당사국들 못지않게 들떴다. 현지 매체들은 12일 북·미 정상회담 관련 소식으로 도배됐다. 연합조보는 이날자 전 지면을 관련 소식으로 채웠다. ‘터진후이(特金會·)’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어식 표기인 ‘터랑푸(特朗普)’의 첫 글자인 ‘특(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성(姓)인 ‘김(金)’에 회담의 ‘회(會)’를 붙여서 만든 신조어로, 북·미 정상회담을 뜻한다.

식당들은 ‘엘 트럼포’와 ‘로켓맨’ 등 정상회담을 겨냥한 신메뉴들을 내놨는데 불티나게 팔렸다. 시민들은 도심 곳곳이 삼엄한 경비로 통제되고 있지만 크게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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