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권 길’ 수도권서 ‘일단 멈춤’

2012.04.11 22:46
이지선 기자

총선 지휘한 영남·강원 압승 불구

유권자 많은 서울·경기에선 패배

새누리당의 ‘원톱’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60)은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총선 성적표’를 받았다. ‘100석도 채 건지기 어렵다’던 당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해 적어도 탄핵 역풍을 맞은 17대 총선 당시의 121석은 웃도는 의석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대 대선의 향방을 좌우했던 수도권에서 완패하면서 “사실상 패배”라는 말이 나온다. 야권 연대로 인해 여소야대 상황을 맞게 된다면 박 위원장의 당내 입지와 대선 가도에 적잖은 굴곡이 예상된다.

지난해 말 박 위원장이 5년여 만에 당에 복귀했을 당시 당의 위기감은 팽배한 상태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어렵다” “이러다 수도권이 전멸할 것이다”라는 말이 나왔고, 당은 박 위원장을 필두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쓴소리를 내뱉는 외부위원들을 포함한 비대위는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당 정강·정책에 복지가 화두로 올랐고 경제민주화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중앙선관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파문에 탈당한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연루됐고, 곧이어 2008년 치러진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 등 악재가 터져나왔다.

19대 총선이 치러진 11일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방송사 출구조사를 지켜보고 있다. | 박민규 기자

19대 총선이 치러진 11일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방송사 출구조사를 지켜보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일단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박 위원장은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 3사가 오후 6시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 새누리당은 적게는 125석에서 많게는 151석까지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민주통합당과 1당을 놓고 초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강원과 충청권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선전하면서 ‘박근혜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이혜훈 종합상황실장은 “불과 몇달 전만해도 새누리당이 100석에도 못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며 “변화와 쇄신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오늘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여러차례 찾았던 수도권 지역에서 강남벨트를 제외하곤 여권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영남당·강남당으로 고립됐다”(한 수도권 의원)는 자조섞인 이야기가 나왔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새누리당이 진 선거다. 130석을 넘었느냐 아니냐는 의미가 없다”며 “역대 정당사를 보면 서울에서 실패한 정당은 존립이 불가능했고 수도권에서 이기지 못하면 대선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 친박측 인사는 “완전히 진 선거인데 이것을 패가망신인 줄 모르면 진짜 패가망신한다”며 “당이 잘 되려면 수치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완패임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도 “수도권 표를 보면 이기는 지역에서는 신승을 거두고 지는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완패했다”며 “이를 대선으로 투영해 보면 유권자가 집중된 수도권이 박 위원장의 약한 고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 비박(非朴) 의원들의 견제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위원장이 나서서 나름대로 열심히 쇄신을 했고 당을 이끌었는데 1당을 빼앗기면 잘못했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 핵심관계자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늘 대선을 생각해왔다”며 “선거 결과에 따라 결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당으로 복귀할 시점을 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시 체제인 비상대책위 활동이 마무리되고 5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때부터 세력간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박 위원장 이외엔 대안이 없다는 평가도 많다.

당 핵심 관계자는 “외부 세력이 흔든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선 박 위원장 이외에는 보수 진영의 대표 선수가 없다”고 했다.

19대 국회가 개원해 진보정당이 과반을 차지한 여소야대 국면이 된다면 방어·수세적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도 박 위원장으로서는 부담이다.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들고 나온 야권은 이미 민간인 불법사찰, 종합편성채널 등을 포함한 미디어법, 4대강 등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연대한 만큼 어차피 여소야대 국면은 예견됐던 것”이라며 “개원 협상부터 박 위원장의 진짜 게임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 측은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이 이름을 걸고 약속한 경제 민주화, 복지 등의 이슈에서 개혁 의지를 보여주면서 뚜벅 뚜벅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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