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은 손조차 못 대면서 퇴직연금 리스크, 근로자에 전가”

2014.08.28 21:56 입력 2014.08.28 22:02 수정

노동계 ‘사적연금 의무화’ 비판

파생상품 투자 등 ‘제로섬 게임’… 주가 하락·대규모 실업 땐 위험

올해만 2조5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등한시한 채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개혁부터 단행한 정부에 노동계의 비난이 거세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사적연금활성화 방안’은 근로자의 퇴직금을 증시부양용 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수익률 하락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전부 근로자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기침체로 증시가 하락하고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하면 퇴직연금 제도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28일 일본 기업연금연합회 자료를 보면 일본의 계약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2004~2010년 동안 2007년(-9.10%), 2008년(-15.81%), 2010년(-0.36%) 3차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금형 수익률도 2002~2010년 동안 4차례 원금이 손실됐다. 계약형은 기업이 직접 운용사와 계약하는 형태고, 기금형은 기금위원회를 만들어 위원회에서 운용사를 선정하는 형태다. 일본의 경우 계약형이든 기금형이든 경제침체기나 경제위기 때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국과 달리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27일 내놓은 사적연금활성화 방안은 수익률 하락 위험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정부 방안이 확정기여형(DC) 활성화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확정급여형(DB)은 수익률이 떨어져도 기존 퇴직금 수준의 연금을 근로자가 받을 수 있지만 DC형은 적자분만큼 차감된다. 정부는 DC형·개인퇴직계좌(IRP)의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40%에서 70%로 높였고, 투자 관련 규제도 명시한 것만 못하도록 하는 ‘네거티브’ 형태로 전환시켰다.

하지만 수익률 상승 가능성만큼 하락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선물·옵션 등의 파생상품 투자는 ‘제로섬 게임’인 탓에 누군가 높은 수익률을 받으면 누군가는 낮은 수익률을 받아야 한다. 투자 정보가 많은 대기업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확률이 높아 퇴직금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공무원연금에 비해 퇴직연금이 크게 불리하게 설계됐다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연금은 소득대체율이 67%에 이르지만 정부의 재정지원 덕분에 위험 부담이 없다. 공무원연금에 투입되는 재정은 9년 뒤인 2023년에는 8조6000억원에 이른다. 일반인이 소득대체율 60%의 연금을 받으려면 위험 부담을 떠안은 DC형 퇴직연금에 연간 300만원을 추가 납입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어떻게 자신의 퇴직금에 대해서 관심을 안 기울일 수가 있나. 이제는 자신의 노후보장 계획은 자신이 직접 세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마치 이번 방안이 연금 수익률을 높여 노후소득을 보장해 줄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퇴직금의 안정성을 떨어트린 대가로 증시부양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형 자산운용사의 배만 불려주고 퇴직연금은 막대한 손실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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