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서로 떠넘기는 당·정·청

2014.08.27 06:00

청·안행부 “당서 준비” 압박… 여당선 “핵폭탄 이슈” 보이콧

개혁안 발표 주체도 못 정해… “책임감 없는 여권” 비판 일 듯

박근혜 정부가 집권 중반기 과제로 제시한 공무원연금 개혁이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청와대·정부·새누리당이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을 ‘누가 주도하느냐’를 놓고 서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안 발표 주체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집권세력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 정부 연금 개혁은 과거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와 행정부가 주도한 것과 달리 당 일부가 중심에서 끌고 있다. 행정부에 맡기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 되면서 실패로 끝난 역대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대국민담화를 통해 공적연금 개혁 의지를 밝혔고, 새누리당은 지난 5월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산하 공적연금개혁분과위원회를 설치해 개혁안을 마련해왔다. 친박 주류인 이한구·김현숙 의원 등이 연금전문가인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교감하면서 안을 만들었다. 안전행정부에서도 ‘공무원연금 개선기획단’을 꾸려 안을 마련했지만 새누리당 안을 수용키로 했다.

여권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조만간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당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당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할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 당초 안건이던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불발된 것도 당이 ‘보이콧’을 한 결과였다. 당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당·정·청은 모두 연금 개혁 필요성은 절실하게 공감하고 있지만 폭발력이 강한 사안에 대해 총대를 메는 것은 꺼리고 있다. 청와대는 사실상 연금 개혁 ‘컨트롤 타워’지만 여당만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청와대는 연금을 개혁해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당에서 처리해주길 바라는 듯하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안행부도 공을 당에 넘기고 있다. 교수 출신인 정종섭 안행부 장관의 ‘파워’가 약한 것도 당에 떠넘기는 핑계로 활용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새누리당의 전체적인 기류도 긍정적이지 않다. 한 의원은 “여권이 세월호특별법,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처리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공무원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핵폭탄급 이슈를 과연 관철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집권세력의 추진력, 냉각된 정국 등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연금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회의론도 강하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현역 의원들의 이해관계와도 배치된다. 또 다른 의원은 “다수 의원이 반대다. 기초연금처럼 당이 지지해줄 것이란 청와대와 정부의 생각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당·정·청이 ‘핑퐁 게임’을 벌이면서 완성단계인 연금 개혁안 발표 주체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6일 “특위안을 미세조정 중에 있다”고만 밝혔다. 최종안은 기여율은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낮추되 퇴직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은 내달 초쯤 개혁안을 발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당과 정부가 서로 발표하라고 떠밀면서 공무원 연금 개혁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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