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도 무시’ 안행부는 안전처 조직개편 중단하라

2014.06.09 11:46 입력 2014.06.10 10:26 수정
손원배 | 인천대 위기관리센터 연구원(전 소방공무원)

돌발적으로 발생한 세월호 사건이 재난이슈화로 확장되면서 국가전체가 혼란에 빠져들었으며, 정부와 공무원은 국민들로부터 무능하고 부패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불신을 가중시켰다. 재난이슈에서 이러한 불신의 주체는 정부와 재난관련 조직 및 집행을 담당하는 공무원임은 당연한 것이다.

헌법 제34조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가 국가에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 ‘정부는 위험에 처한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할 때이다.

대통령은 5월 19일 담화문에서 국가안전처를 만들어 안전관련 조직을 통합할 것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야기 하면서, 모든 유형의 재난에 현장 중심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 것을 천명하였다. 특히 육상의 재난은 현장의 소방본부와 지방자치단체, 재난 소관부처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을 밝혔다. 특수기동구조대를 만들어 어떤 재난이든 ‘골든타임’의 위기 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까지 하였다. 결론적으로 담화문의 핵심은 현장대응중심의 재난대응조직설계를 역설한 것이다.

대통령은 4월 29일 국무회의 시 관료사회의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 ‘플랜수립’과정에서 국민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제한 없이 검토하라고까지 지시하였다. 진일보하여 6월 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시 새로운 체제하에서 일선 소방공무원들의 사기가 충만한 가운데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임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소방관련 조직, 인력, 예산 등에 각별히 신경 쓰도록 주문하였다.

이러한 재난이슈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5월 29일 강력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재난현장의 대응성과전문성을 강화한다는명목으로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안전처를 설치하는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기에 이르렀다.

손원배 인천대 위기관리센터 연구원(행정학 박사·前 소방공무원)

손원배 인천대 위기관리센터 연구원(행정학 박사·前 소방공무원)

이처럼 중대한 정책변동시점에 재난대응의 핵심축인 소방공무원들은 왜 소방방재청 해체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국가직화와 단독 소방청을 주장하면서 뜨거운 거리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것일까. 앞으로 있을지 모를 신분상 불이익까지도 감수하고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봇물처럼 터진 표출을 단순히 소방직공무원의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정책적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며, 대통령과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과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재난사건이 발생 할 때마다 정책실패가 부각되면서 재난관련 정책은 수시로 변동되어왔다.

재난정책영역에서 간과 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은 우리나라 재난정책의 변동 결과물인 조직개편과 법률의 정비는 항상 비정상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대통령이 언급한 현장중심의 조직개편은 찾아 볼 수 없었고 행정관료 중심의 기형적인 조직이 탄생되어 왔다. 결과적으로 비전문가인 행정관료가 전문가인 소방직공무원을 지휘 통제하는 해게모니한 행정행태를 보였다. 이는 영악한 고양이가 우직한 황소를 지배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정책은 불안정하여 재난발생과 정권이 바 뀔 때마다 소모성 논란의 대상이 되어 수정이 불가피한 시한부 반쪽짜리 정책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중대한 이유는 실패한 정책의 수정보완을 위한 입법 활동이 정부입법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입법 과정에서 조직권과 인사권 및 예산권을 독점하고 정책결정권자에 대한 대면보고 기회의 용이성에 기인한 행정관료집단은 점령군처럼 정책과정에 소방직공무원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왔다. 또한 이들은 확장된 재난영역이 그들의 고유 영역인양 조직의 외형을 확장하고 통제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이번 세월호사건을 계기로 국가안전처 조직설계 과정에서 행정관료집단은 재난관리단계 중 소방직은 화재진압에 국한하고 대응단계에서의 일부분으로 격하하는 발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재난정책 입법화과정에서 현장을 중시하는 소방기능 확대와 전문성을 반영하는 정책과정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직제개편 위원회의에 결정권을 부여하고 관련분야 교수를 전문위원으로 위촉하면서 해양경찰청에는 전문가 추천요청을 하였으나 소방방재청에는 문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원은 조직, 인사, 행정 등 안전행정부위주로 위원이 선정되었고 소방전문가는 없다. 이러한 행태는 이미 대구지하철 화재사건을 계기로 소방방재청 조직설계에서 입증된 관료주의적 병폐로 개혁의 주된 대상인 것 이다. 이는 대통령의 지시사항도 무시한 그들만이 참여한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작금의 안전행정부 행정관료가 주도하는 국가안전처 신설 조직개편이 중단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과정은 한마디로 환자가 의사의 머리와 심장을 수술하는 격이라 할수 있다. 대통령은 담화문과 청와대 수석회의 시 천명하고 지시한 핵심사항이 정부입법 과정에서 반영이 되었는지를 꼼꼼히 추적 확인해야한다. 만약 수정보완 없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다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막중한 책임이 국회에 있다.

특히 이원화 체제인 소방조직의 국가직화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어 어떠한 형태로 든 법률에 담아야 한다. 인적재난이든 자연재난이든 절대 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제일먼저 달려가 인명을 구조하고 안전조치를 하는 것은 결국 소방공무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보편적인 재난안전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재원확보 문제로 소방조직의 이원화체제가 유지된다면 국민은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에 따라서 국가에 의해 결정되는 차별적인 재난안전 서비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재원확보 문제는 결정권자의 정책결정 의지에 관한 문제이며 재원배분의 우선순위의 문제인 것이다.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법률안 입법화과정에서부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의 시발점이 되어야한다. 기안과 행정통제에 능한 넥타이부대에 의해 더 이상 가장 소중한 국민 안전정책이 결정되는 일은 끝내야 한다. 핵심 정책변동주체들은 다음의 문구를 꼭 기억하기 바란다. First in, Last out(재난 현장에 처음에 들어가 마지막에 나온다)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정답은 소방공무원이다.

경향신문이 7일 단독입수해 보도한 국가안전처 동향을 담은 정부의 내부문건. 자료 | 경향신문 홈페이지

경향신문이 7일 단독입수해 보도한 국가안전처 동향을 담은 정부의 내부문건. 자료 | 경향신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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