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원교수의 이슈분석

‘국민안전’, 소방관 국가직 전환으로 해결하자

2014.08.07 15:47
이창원 |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소방관 국가직 전환’ 국민 생명·안전 보호의 핵심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정부는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소방관들은 “소방관의 99%에 달하는 지방직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달라”는 릴레이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일견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슈를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 차원에서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문제는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처우개선이나 관련 예산 증액이 일차적 목적이 될 수 없다. 소방의 국가직 전환은 재난발생시 지휘 및 조직체계의 개편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데 그 핵심 목적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방체계는 지난 1992년 광역 소방행정체제로 전환된 이후 그 관리가 소방방재청과 광역자치단체로 이원화 되어 있다. 소방업무가 국가사무인지 아니면 지방사무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소방사무를 지방사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소방업무가 지역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고, 소방의 핵심업무 중 하나인 예방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1991년을 기준으로 전체 소방사무의 63.5%에 달하던 자치사무는 2013년 140개의 소방사무 중 19.3%로 그 비중이 축소됐다. 반면 국가사무의 비중은 1991년 15.4% 수준에서 2013년 49.3%로 비중이 늘었고, 공동사무의 비중도 31.4%로 증가, 국가사무와 공동사무를 포함할 경우 국가가 개입하는 소방사무의 비중은 80.7%에 달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뉴욕주립대 조직학 박사)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뉴욕주립대 조직학 박사)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산업의 규모가 작고 교통수단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1990년대 이전에는 재난 발생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있었고, 피해 규모도 현재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작았다. 또 교통 및 통신 수단의 한계로 인해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역에서 소방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것이 중앙정부가 전국적으로 소방업무를 수행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도시에 대형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재난이 복잡·다양해지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비롯한 대형·복합재난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재난환경으로 변화했다. 과거의 소방 업무가 주로 화재 진압에 초점을 맞추어 온 반면, 현재 소방 업무 중 화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소방업무의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소방의 핵심은 화재진압이라는 단순 개념으로부터 1일 생활권으로 변한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안전, 언제 어디라도 이동할 수 있는 ‘국민’에 대한 ‘안전’개념으로 전환됐다.

소방은 화재진압 외에도 구조, 구급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으며 1990년대 초와 비교하여 구급 활동은 6배가 증가하였고, 구조 활동은 1990년 3436건에서 2013년 40만89건으로 무려 116배가 증가했다. 또한 경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증대되면서 생활안전, 의료상담 안내 등 다양한 분야로 업무가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점차 증가하는 대형 및 복합재난의 대응 과정에서 현재의 광역 소방사무체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몇 가지 사례만 살펴보자. 지난 2013년 3월 경북 포항에서 산불이 발생하면서 경북소방본부가 경남 및 및 울산소방본부에 소방헬기를 요청했으나, 관할지역 산불 대응 준비를 이유로 헬기 지원을 거절한 바 있다. 경북 포항산불의 인명피해는 사망 1명, 부상 29명에 달하며 임야 79㏊가 소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다른 사례로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시 경북소방본부가 인접한 울산소방본부에 소방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구조차 1대, 구급차 3대, 펌프차 1대 등 최소한의 소방력을 지원하면서 사망자 10명, 중상자 2명, 경상자 10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지난 7월 17일, 세월호 참사 수색지원 업무를 수행하던 소방 헬기 1대가 광주지역에 추락하면서 5명의 소방관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락한 소방헬기는 강원소방본부 소속이다. 어째서 강원소방본부 소속의 헬기가 광주에 추락했을까?

앞에서 살펴본 일련의 사례는 현행 광역 소방행정체제로는 효과적인 재난 대응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요즘의 대형 및 복합재난 발생시 광역 소방본부간의 협력이 있어야 효과적인 재난 대응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결국 광역 소방체제를 묶어주는 체제 즉, 소방의 국가직 전환의 당위성을 실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의 세월호 참사에서도 사실상 전국의 소방헬기가 동원되어야 했다는 것 역시 동일한 논리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과 같은 국가들이 소방을 지방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례를 사용해 우리나라 소방의 국가직 전환을 반대한다는 것은 그렇게 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일개 주의 크기는 우리나라 전체보다 몇 배 이상 되는 경우도 많은데, 외교 및 국방 기능이 없다고 해서 우리나라 자치단체와 미국의 주를 사실상 동일한 차원으로 단순하게 놓고 본다는 것은 재난환경 측면에서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다. 우리나라 자치단체의 총합인 전 국토가 사실상 1일 생활권에 속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미국의 소방이 지방직이라는 논리로 우리나라 소방도 지방직이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또 분단국가인 대만과 중국의 소방이 국가직이고, 사실상 전쟁 상태를 염두에 두고 살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의 소방이 국가직인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2010년 발생한 카르멜 대형 산불이 이스라엘 소방의 국가직 전환의 가장 직접적 이유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위협 및 각종 테러 등의 위기가 상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국가 전체 차원에서 소방을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쟁과 같은 위기 및 각종 테러 발생시 전국 차원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국가직 소방과 현재와 같은 지방직 소방 중 어느 소방이 보다 효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으로 보호 하겠는가?

국민의 생명은 지방분권 가치보다 위에 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가 분권화에 역행한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 소방의 국가직화의 목적은 중앙의 권한을 강화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지방분권의 목적도 국민들에게 행정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당연히 국민의 생명은 지방분권의 가치보다 위에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면 소방의 국가직화를 반대하거나 미뤄야 할 이유는 없다.

지방분권은 결국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며, 지방분권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방분권으로 복지의 사각이 발생하거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분야는 조정함으로써 지방분권의 명분도 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인력 및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운용 그리고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는 재난의 대응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필수적인 요건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의하면 기존의 안전행정부가 교부하던 특별교부세 중 재난 및 안전관리를 위한 특별교부세는 국가안전처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안전처가 교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1%의 국가직 소방 공무원은 국가안전처에서 근무하고, 99%의 지방직 소방 공무원은 시·도 지사의 관리를 받게 될 상황이다. 그리고 시·도 광역자치단체의 중앙부처 차원에서의 관리는 신설 행정자치부에서 관장하게 되니, 지방직 소방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시어머니가 국가안전처-행정자치부-시·도지사로 ‘삼원화’ 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어, 일사불란함을 강조하여야 하는 소방 공무원들의 입장에서 개정안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체제로도 재난의 대응과정에서 수많은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 및 권한 체계를 지금보다 더 복잡하게 할 경우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겠는가?

누차 강조했듯이 국가직으로 소방체제를 개편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재난대응체계와 지휘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통해 분산 및 다원화되어 있는 지휘체계 및 관리권한을 일원화하는 것이 그 첫 단추이다. 현재와 같이 99%에 달하는 소방공무원이 지방직 공무원으로 운영되는 상황 하에서는 어떠한 방식의 정부조직개편도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소방의 국가직 전환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 이창원 교수 = 1991년 뉴욕주립대에서 조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 현재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조직학회 회장과 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사단법인 정부개혁연구소 5대 소장을 지냈다. 우리나라 정부조직 진단 및 개편 전문가로 대한민국 근정포장과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현재 행정개혁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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