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소방관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합니다

2014.09.18 11:37 입력 2014.11.24 15:11 수정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 소방검열관

2008년도 한 언론사가 소방관 30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 소방관 2명 중 1명은 격무와 스트레스 때문에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은 자녀가 소방관이 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직업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이유로는 후생복지 낙후, 과중한 업무, 그리고 낮은 사회적 평가 등이 그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현장에는 소방관이 있다.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몸으로 뛰는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다.

그런 소방관들이 요즈음 전혀 행복하지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소방이란 조직을 이리 저리로 흔들어 놓더니 이번에는 아예 국가안전처로 흡수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것마저도 ‘식물국회’에 발목 잡혀 아직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가 돼 버렸다.

이런 저런 이유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항상 시민의 곁에 있어야 하는 소방관들이 광화문 거리로 나서서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화가 나도 아주 단단히 화가 난 것이다.

소방관 국가직 일원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국 소방관. | 경향신문

소방관 국가직 일원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국 소방관. | 경향신문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미국은 소방대원들의 행복수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 전문지 중에 하나인 포브스(Forbes)는 매년 가장 행복한 직업 10가지를 선정해 발표한다. 포브스의 행복한 직업을 선정하기 위한 기준을 보면 일과 생활의 밸런스, 상관·직장 동료와의 관계, 근무환경, 보상, 성장기회, 직장문화, 직장 인지도, 하루 일과 등이 있다.

포브스의 2011년 조사에서 미국의 소방대원은 가장 행복한 직업군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미국 소방대원들의 80%는 “단지 다른 사람들을 도와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직업에 아주 만족한다(very satisfied)”고 말한다.

본래 소방대원이라는 직업이 위험하고, 불규칙적인 근무 스케줄 등으로 본인의 안락함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소방대원이란 직업은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군 3위에도 올라 있다. (2014년 CNBC 조사)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작 소방대원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방대원은 월급이 아닌 명예를 먹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미국에서는 소방서 로고가 찍힌 티셔츠 한 장만 달랑 입고 거리를 걸어 다녀도 사람들이 알아보고 말을 건네다. 또한 그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격려해 주며 앞으로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따뜻한 인사말도 건넨다. 아마도 미국의 소방대원들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시민들로부터 이러한 사랑과 존경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행복한 직업 2위로 꼽힌 미국의 소방관. | 사진출처 2011년 포브스

행복한 직업 2위로 꼽힌 미국의 소방관. | 사진출처 2011년 포브스

언젠가 미국의 부시대통령도 한 연설에서 “지금 여러분 주변에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면, 그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것에 많은 소방대원들이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러한 사랑과 존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직업에 대해 고마움이 생기고, 그러한 고마움이 더욱 업무에 충실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며, 그러한 과정에서 자부심과 명예가 생겨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8일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에 추석인사를 건네면서 “모든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나라경제와 국민 여러분들의 행복을 위해 모두 함께 소원을 빌어 그 꿈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감사한 말씀이다. 이 말씀처럼 대한민국의 4만여 소방관과 소방인들이 같은 소원을 빌어 대한민국 소방관이 행복해 질 수 있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최고의 현장대응조직인 소방은 정부를 비롯해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라는 조직이다. 그러한 관심과 사랑이 있을 때 소방은 비로소 소방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수 있다. 소방관이 서 있어야 할 곳은 광화문이 아니라 시민들의 소리를 듣고 달려가야 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와 시민들 모두 우리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라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그들과 같이 고민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대한민국 소방관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 필자의 변명: 대한민국 소방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한 명의 소방관으로써 이 글을 적습니다. 혹시 이 글로 인해 조금이라도 오해가 있거나 상처 받지 않으시기를 바라며,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 소방검열관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 소방검열관


◇ 이 건(kon.yi.kor@gmail.com) △Columbia Southern Univ(원격대학) 산업안전보건 석사 △1995 ~ 2001 서울 구로소방서 근무 △2001 ~ 2005 주한 미 육군 캠프페이지 소방서 근무△2005 ~ 현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 소방검열관△ 저서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해드림출판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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