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조직개편 후폭풍

단속 따로, 수사 따로… 불법어로 단속·영토수호 기능 약화 우려

2014.05.20 22:10 입력 2014.05.20 22:31 수정
인천 | 박준철 기자

어선 나포·조사 주체 달라 해상 치안 공백…독도 경비 우려

‘기능 통합’ 국제적 추세 역행… 장비 중복 등 비효율 불보듯

해양경찰 조직을 경찰(육지경찰)과 국가안전처로 분리하면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영토수호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등 인접국이 해양과 관련해 분산됐던 조직과 기능을 통합하는 데 반해 한국의 해경 해체는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유영현 군산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20일 “박근혜 대통령 담화내용은 중국 불법조업 어선 나포 과정에서 단속은 국가안전처에서 하고 단속된 사람은 경찰청에서 수사를 하게 되는 셈”이라며 “개편안이 구조업무에 초점을 둬서 강조하다 보니 유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처리하기 불편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해경 해체 후) 경찰청에서 범죄수사를 나갈 때 국가안전처에서 배를 내줄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배 한 척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드는데 조직이 쪼개지면 경찰청에서 (수사용) 배를 더 구입해야 하는 문제도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해경은 독도 해역 경비함 삼봉호(5000t급)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경비함정 303척을 운용하고 있다. 항공기는 광역초계기 챌린저호 등 24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함정 장비가 경비나 구조 등 운용 목적에 따라 소속을 달리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야기되는 비효율은 불보듯 뻔하다.

해경은 그동안 중국어선 단속 시 불법 어획이나 어획량 기재 잘못 등을 적발하면 현장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아 담보금을 받고 풀어주는 현장조사제를 적용했다.

또 중국어민들이 단속하는 해경을 폭행할 경우에는 선박을 견인하고 신병을 구속·수사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경비 업무와 수사 업무가 이원화되면 국가안전처 소속 공무원들이 중국어선을 나포해도 배타적경제수역(EEZ) 침범 경위, 불법 어획물 규모 등을 조사할 권한이 없게 된다. 수사 권한이 없어지면 매번 중국어민을 육상으로 압송해 경찰청에 인계해야 한다. 이에 따른 해상치안 공백도 우려된다.

전직 해경 고위 간부는 “육상에선 재난용 소방차와 수사용 경찰차를 따로 나눌 수 있지만 바다에선 경비·단속용 함정과 수사용 함정을 따로 나눌 수 없는 특성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일본의 해상보안청이나 미국의 코스트가드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각종 구조·구난·단속·경비 업무를 통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천 | 박준철·배문규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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