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 시설에 숭숭 난 ‘안전 구멍’ 메워야

2014.10.20 21:07 입력 2014.10.20 21:16 수정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지난 17일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공연장 환풍구 추락 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일각에서 유난스럽게 떠들던 “국민이 행복한 안전한 대한민국!” 슬로건을 무색하게 했다. 이번 사고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처음 시공 당시부터 환풍구 시설의 안전에 대한 사항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무거운 환풍구 상판 철제를 지탱해 주던 앵커 지지대 앵글은 고작 십자 형태로 듬성듬성 걸쳐 있는 정도로만 부실하게 시공되었고, 최소 높이가 2m 이상 되어야 안전한 시공인데 어린아이 등 누구나 올라갈 수 있게 허리춤 높이까지만 시공이 됐다. 더군다나 ‘주의’ 표시 하나 없고, 낙하방지 장치가 없어 추락하면 곧바로 천길 낭떠러지가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형태의 불안전한 환풍구 시설이 서울 지역만 해도 총 5560곳이 넘고 민간 시설까지 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경향마당]다중이용 시설에 숭숭 난 ‘안전 구멍’ 메워야

판교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시공을 할 때 시공사가 철판을 지지해 주는 것을 최소한 40㎝ 정도만으로 튼튼하게 철제 빔 앵글 시공을 했더라면 이러한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시공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인건비를 제외하면 고작 50만원도 안 든다. 이번 사고는 결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환풍구 덮개에 올라가 붕괴된 참사가 아니다. 사업주가 다중이용 시설물에 대한 안전의식이 있었다면 이처럼 허술하게 시공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안전에 대한 고려가 없었으므로 대충대충 눈 가리고 아웅 식 시공을 한 것이다. 고작 ㎡당 100㎏까지만 견디도록 돼 있는 국토교통부 고시 ‘건축물설비 기준에 관한 규칙’도 대폭 강화돼야 한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공연입찰방식’의 문제다. 대형 공연 기획사들이 최저 입찰 형태로 출혈경쟁식 덤핑입찰 공연 기획을 하다 보니 안전요원 투입 및 시민안전에 대한 시설보강에는 예산집행을 소홀히 하게 되는 것이다. 입찰계획서에 반드시 안전에 대한 인원과 예산을 반영토록 명시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시·지자체도 문제가 있다. 이번 사고처럼 다중이용 시설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한 건축 인허가 기준을 세워야 하는데 “지역경제 활성화” 운운하며 규제 완화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봄, 가을만 되면 우리나라 전국이 축제의 도가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고 기관장들의 인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시·지자체는 관련법 개정과 민간 전문위원들이 참석하는 ‘시민안전감시단’을 운영하도록 하여 낙후된 시설물들을 점검하고 부실시공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면적인 보강공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판교 붕괴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시민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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