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안전·소방조직 개편인가

2014.11.03 20:35 입력 2014.11.03 21:01 수정
김철종 | 재향소방동우회 상임부회장

세월호 참사로 한국 정부의 ‘파워 브랜드 1위’ 119 소방조직도 함께 침몰했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국가 안전 컨트롤타워를 ‘국민안전처’로 하기로 여야가 전격 합의하면서 소방방재청 창설 10년 만에 해체 위기를 맞았다.

[경향마당]누구를 위한 안전·소방조직 개편인가

1975년 경찰조직 치안국에서 ‘소방·민방위 업무’를 내무부(현 안전행정부) 산하 민방위본부로 이관한 후 30여년간 운영하면서 현장 지휘통제관을 소방본부장(서장)으로 하느냐, 시장·군수로 하느냐 등 많은 갈등과 우여곡절을 겪다가 ‘안전관리와 조직관리의 효율화’를 목적으로 소방에 비중을 두어 ‘소방방재청’이 창설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을 국정과제의 최우선에 두겠다고 여러 번 밝혀왔다. 국회의원 시절 소방업무의 국가 책임을 강조하는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도 있다.

세월호 사고로 국가 안전 컨트롤타워 구축 약속이 발표된 후 소방관들은 ‘전 국민의 평등한 서비스’를 위해 현 지자체 책임의 소방업무를 국가 업무로, 신분도 국가직으로 전환해 주기를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대다수 시·도 자치단체장들도 안행부를 의식하면서도 국가와 지방으로 이원화된 현 체제로는 급박한 사태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 주관 세미나를 비롯해 관련 단체 및 언론에서도 소방방재청의 유지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럼에도 정부(지방)조직 설계 부서에서는 소방 고위직의 입에 재갈을 물려 초안 작성 과정에서부터 소방의 참여를 배제하고 여론도 무시했다.

누구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인지 묻고 싶다. 왜 평생 인명 구조와 안전 업무에만 전념하고 있는 소방관들을 외면한 채 중앙과 시·도에 안전 관련 부서를 만들고 유사 직렬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행정업무 간소화로 감소되는 인력과 조직을 ‘안전’이라는 영역으로 문어발처럼 확장하고 있다. 재난현장에서 손에 피 한번 안 묻혀 본 탁상행정의 달인들, 행정공무원들과 ‘그들의 리그’ 안에 갇힌 소위 재난안전 분야 교수들이 만든 정부 조직은 앞으로 재난 대응을 더욱 더 전시행정으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 세월호 사고 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역할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럼에도 안전 대명사인 119 소방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면서 과연 ‘안전’을 최우선했다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제는 평생 재난현장을 누비며 생명구조를 천직으로 삼고 헌신하는 119 소방조직에 안전관리의 중추적 기능을 맡겨 안전업무를 신속하게 결정·처리할 수 있도록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군, 경찰처럼 강력한 지휘체계를 세우기 위해 인사와 예산도 맡겨야 한다.

오는 9일은 ‘제52회 소방의 날’이다. 정부와 국회가 소방의 날 기념행사에서 소방관 국가직화와 독립청이란 통 큰 선물을 주었으면 한다. 온갖 어려움을 감내하며 목숨을 바쳐 일하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로 더욱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기를 북돋아 주었으면 좋겠다.

국민 안전의 중추인 119 소방조직이 10년 전으로 퇴보해 초상집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엄청난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 세워지는 국가 재난관리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전면 재검토한다’는 말을 내 평생에 다시는 듣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다.

※ <이렇게>는 열린 지면입니다. 경향신문에 대한 비판, 제언 등 소재와 글의 형식에 관계없이 독자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회 흐름을 짚을 수 있는 독자 여러분의 살아 있는 글로 충실히 지면을 꾸미겠습니다. 적극적인 참여 바랍니다. 글은 op@kyunghyang.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02)3701-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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