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대한민국에서 소방의 우선순위는?

2014.10.15 18:32 입력 2014.11.24 15:10 수정
이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대한민국의 한 해 예산은 국가의 정책과 우선순위에 근거해 책정된다. 보건, 복지, 일반 행정, 지방 행정, 교육, 국방, 공공질서, 안전, 문화 등을 고려해 재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다.

2015년 대한민국 살림의 총 규모는 376조원 정도이다. 이 예산을 사용해 경제를 살리고 안전을 만들고 희망을 나누게 된다. 지난달 28일에 배포된 기획재정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는 최초로 각 부처별 안전 관련 사업을 모아서 약 14조6000억원정도의 안전예산으로 재편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늬만 안전’으로 편성된 예산들이 제법 포함되어 있다. 안전예산으로 편성된 14조6000억원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경찰청, 고용노동부, 교육부, 금융위원회, 기상청, 기획재정부, 농촌진흥청,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산림청,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여성가족부, 외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그리고 환경부가 나누어 사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소방을 위한 예산은 과연 얼마나 될까? 2015년 소방방재청 소관 국민안전예산은 1조757억원이다.

많은 소방관들은 국민안전예산의 대부분이 노후 소방장비를 보강하고 소방관의 개인보호장비 등을 마련해 궁극적으로 소방관의 안전과 보건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를 희망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1조757억원이란 예산에서 재해위험지역정비, 소화천정비, 우수저류시설설치, 풍수해보험, 사유재산피해복구비지원, 민방위시설장비확충, 자연재해관련 연구개발 비용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소방이란 이름이 적혀있는 항목을 다 합해보면 20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예산을 가지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지켜나가기에는 태부족이다.

1950년 전쟁을 치르고 불과 6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 동안 비약적인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2014년을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 순위로 세계 14위를 차지했고, 유엔의 전자정부 평가에서도 3회 연속 세계1위를 차지하는 등 대한민국은 세계를 향해 안전하게 순항하고

이건 |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이건 |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에 기인한 정부의 규제완화정책은 기업들로 하여금 이윤의 극대화만을 모색하게 만들었으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안전 및 위험관리 업무를 외주화하는 등 위험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초래하게 만들었다.

결국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이 대한민국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연일 안전을 외치고 있지만 사실 안전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그 깨달음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한민국 안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소방은 과연 우선순위 안에 포함되는지 묻고 싶다. 재난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소방을 국가직화하자는 외침에는 귀를 막는 대한민국에서 소방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각종 사고현장에서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소방이라고 모두가 인정하지만 정작 소방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때에는 왜 그렇게 인색하고 주저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중앙정부차원에서도 소방의 대우가 그러할진대 지자체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강창일의원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지역자원시설세 징수액 4조1225억원의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2%에 해당하는 9091억원만이 소방장비 보강에 사용되고 나머지 78%는 다른 용도로 전용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소방의 예산을 다른 곳에 사용하고 있는 지자체를 대신해 얼마 전 몇 명의 대학생들이 전국의 소방관들에게 안전구조장갑을 기부하자는 <힘내세요. 소방관님> 이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수고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국민들의 따뜻한 위로이자 격려의 작은 불씨이다.

소방은 국가와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조직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당연한 의무이며, 그런 역할을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소방은 대한민국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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