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조직 1, 2인자 한꺼번에 사퇴시킨 건 자긍심으로 버틴 소방관 자존심 짓밟는 것”

2014.10.30 22:07 입력 2014.10.31 00:56 수정
김창영 기자

청장·차장 문책성 경질에 일선 소방관 불만 목소리

‘국가직 전환’ 주장 세질 듯

“소방조직의 1, 2인자를 한꺼번에 사퇴시킨 것은 정부가 평소 소방조직을 얼마나 무시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경찰이나 군이라면 어림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성완 소방방재청 차장이 지난 29일 전격 경질된 데 이어 청와대가 30일 남상호 청장(61·사진)의 사표제출 사실을 확인하자 소방조직이 동요하고 있다. 조직의 1, 2인자가 한꺼번에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일선 소방관들은 “열악한 근무여건에도 묵묵히 버텨온 소방관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제복조직’의 수뇌부를 우격다짐식으로 퇴진시킨 정부의 태도가 조직의 사기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대전지역의 한 소방관은 이날 “소방청을 해체하면 자동적으로 면직될 청장에게 날짜를 정해 사표를 내라고 한 것은 아무리 봐도 지나치다”고 말했다. 강원지역의 한 소방관은 “열악한 근무여건에도 보람과 자긍심으로 버텨온 소방관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했다.

남 청장과 조 차장의 경질은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과 관련해 정부와 다른 소신을 표명한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의 성격이 강하다. 이들은 효과적인 재난 대처를 위해 소방직의 일관된 지휘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선 소방관들이 요구해온 국가직 전환에 동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방재청 청·차장의 동반 경질로도 ‘소방관 국가직화’ 주장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원지역 소방관은 “신설될 국가안전처가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를 갖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한 소방관은 “국가안전처 내 해경본부는 국가직이지만, 소방현장을 뛰는 손발은 지방직”이라며 “이원화된 조직체계로는 지역 경계를 넘는 대형재난에 효과적인 대처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2004년 소방방재청으로 독립한 소방조직을 국가안전처 소방본부로 편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난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소방조직을 강화하는 것과 역행하는 흐름이다.

조직개편이 이뤄지면 차관급인 소방본부장(소방총감)이 국가안전처 차관의 지휘를 받게 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 전문가들도 소방조직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이창원 행정개혁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한성대 교수)은 “대한민국이 사실상 1일 생활권인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소방관들이 시·도지사의 지휘를 받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백동현 한국화재소방학회장(가천대 교수)은 “국민안전 최일선에 있는 소방조직이 와해될까 걱정”이라며 소방조직의 사기 저하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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