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재난 컨트롤타워 수장’에 친박 정치인, 지금 제정신인가

2014.05.30 10:54 입력 2014.05.30 14:18 수정
김창영 기자

고위 간부가 무전기로 “(세월호 승객을) 구조하라”고 했지만 현장 해경은 “경사가 급하고 배가 침몰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

4월16일. 진도 바다 세월호 안에는 아들, 딸같은 국민이 생사를 넘나들며 필사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명령을 거부하고 선내에 진입해 구조하는 것을 포기했다.

119소방대원은 어떨까. 시쳇말로 ‘닥치고, 일단 구해’ 이것이 그들의 ‘대응명령 1호’다. 시한폭탄 같은 ‘골든타임’ 앞에서 자신의 목숨을 생각할 시간은 없다. 반사작용처럼, 지시가 없어도 늘 그래왔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국민이 원하는 공무원의 표상 그대로다.

하지만 해경의 반사작용을 불러오는 주체는 수사기관이다. 무늬만 ‘바다 119’이지 단속과 수사를 해 온 영원한 ‘갑’이다. 머릿속으로 ‘범인이 누굴까’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등 해경의 혁혁한 공로와는 다른 부분이다.)

대형 재난사고가 났을때 소방관과 해경 심리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밝혀진 셈이다. 해서도 안될 실험이, 실제상황에서 확인됐다.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이 만드는 국가재난안전처는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해경의 ‘갑질 구조’가 소방관에게로 번질까 우려스럽다.

대통령은 이질적인 두 조직을 모두 해체해 비빔밥을 만들고 있다. ‘비빔밥’도 융합만 제대로 되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민물소방헬기’와 ‘짠물해경헬기’로 대변되는, 태생적으로 다른 조직을 어떻게 비비겠나.

현장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데는 행정·정치의 권위적인 ‘파워’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확실한 지휘명령 체계를 가동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다. 생사를 넘나드는 사고현장에서 호흡을 함께 해온 ‘동료애’와 ‘계급’의 비빔밥에서 나온다. 소방대는 군과 같은 조직이다. ‘제복의 힘’이 현장을 지배한다. 사단장이 전투를 지휘하는 파워는 양 어깨에 달린 두 개의 별과 지휘봉 끝에서 나온다. 대통령 같은 권위가 통하지 않는다.

김창영 | 전국사회부 차장(세월호 참사 특별취재팀장)

김창영 | 전국사회부 차장(세월호 참사 특별취재팀장)

정부는 소방방재청을 무장해제, 해체하기로 했다. 검찰과 경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그 위에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소방관들의 수장인 소방방재청장(차관)을 1급으로 강등, 곧 지휘봉을 회수한다. ‘탁상행정 전문가’인 행정직의 지휘를 받고 결재용 보고서 작성에 열을 올려야 할지 모른다. 사명감에 명령을 버무린 힘으로 움직이는 소방관의 자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원동력과 구심력이 모두 뽑혔다. (밥그릇 싸움과는 다른 차원이다.)

다음 아고라 청원에 현장 소방관 3만명이 벌써 서명한 것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공심의 표출이다. 소방관은 그동안 국가직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놨을 뿐이다.

국가직과 지방직의 차이는 간단하다. 국가직은 임용·승진은 물론 월급까지 대통령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해경)과 군인은 국가직 공무원이다. 지방직은 시·도지사와 구청장이 ‘생살여탈권’을 틀어쥐고 있다. 지방직은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단체장의 지휘를 받는다. 소방관이 국회의원이 납시는 행사장의 의자를 닦는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경은 국가직 신분으로 안전처로 신분증만 바뀐다. 지방직 소방관은 어떤가. 그대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 눈가리고 아웅이다. 그것도 안전처에 몇명 안되는 소방방재청 직원(국가직 322명)만 옮겨간다. 재난현장에 있는 소방관은 그대로 지방직(3만9200명)이다. 안전처로 흡수되는 국가직 해경은 1만명. 소방직은 안전처 내에서 ‘찬밥’이 될 수밖에 없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의 현실을 보자. 돈이 많은 지자체는 생명을 보호하는 소방관에게 위험수당을 몇푼이라도 더 줄 수 있다. 가난한 지자체는 구닥다리 구급차조차 쉽게 바꿀 수 없다.

소방서장(지방직)에게 군·경찰을 움직일 수 있는 지휘권을 준다고 한다. ‘지나가는 개도 웃을 법한’ 황당한 발상이다. 시골 소방서장(지방직 4급)이 국가직을 어떻게 지휘하나. 평시에도 소방관을 얕잡아보고, 깔보고 무시하는 그들이다.

웃지 못할 코미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통령이 안전처 초대 장관에 ‘힘있는 인물’을 기용하겠다고 한다. 친박(친박근혜) 핵심 최경환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권실세들이 줄줄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술 더 떠 국회를 기웃거리는 “특임장관 역할도 해야 한다”고 한다.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겠다’면서 산소통 메고 화재현장 한번 가보지 않은 정치인을 임명한다는 말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답은 간단하다. 무전기로 현장을 닦달하고, 보고서를 주문하는 행정가나 정치인이 아니다. 평생을 그랬듯, 붕괴 위기 건물과 지하철 현장에서 ‘눈빛신호’를 경험한 지휘관이 필요하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재난현장에서 소방관 30명이 사망하고 무려 1626명이 부상을 입었다. 양심이 있다면 소방관들이 차별을 받지 않고, 최소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소 마스크를 쓰고 국민을 한번도 구하지 못했거나, 소방호스를 잡아보지 않은 사람은 안전처 장관 자격이 없다. 국민이 안전한 나라, 미국 국민들이 존경하는 직업 1위 ‘소방공무원’에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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