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 해체, 응급처치 퇴보 우려된다

2014.06.22 13:34
이경원 |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대통령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청 해체라는 소식을 듣고도 많은 국민들은 놀라지 않았다.

그런데 입법예고된 정부조직법을 통해 소방방재청이 사라지게 되는 것을 알게 되고는 당혹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 청원 사이트를 통해 많은 국민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우려스런 시선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흔히 119 그리고 소방이라면 화재에 불 끄는 소방관을 생각하고 재난과 사고에서 인명 구조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맞다. 그런데 또 하나의 중요한 모습은 일상에서 구급 활동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언제 어느 때나 119로 신고하면 119구급차가 출동하고 119구급대원들은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병원으로 이송해 준다.

이러한 ‘구급’은 응급의학의 전문분야로서 급성질환이나 외상 발생의 현장에서부터 환자에 대한 초기 평가와 응급처치, 이송을 다루는 의학의 세부전문과목이다.

이경원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이경원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그리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미국의 많은 주,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도 소방 조직에서 이러한 구급 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의학의 세부 전문 분야라는데, 구급대에서 의사를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실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응급구조사와 간호사가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소방방재청 훈령에 의해 2012년부터 우리나라 모든 소방서에는 구급지도의사가 위촉돼 질 관리와 교육 등의 교육 등의 119구급대원에 대한 의료지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4시간 119구급대원이 중증환자에 대해 직접의료지도를 요청하면 구급지도의사가 바로 통신으로 응답해 주는 체계도 2012년부터 갖추고 있고, 오늘도 작동하고 있다.

앞서 말한 다른 나라들에서도 의사에 의한 의료지도와 응급구조사, 간호사 구급대원들에 의한 현장 구급 활동은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너무나 상식적이고도 보편적인 구급체계가 제대로 모습을 가지기 위하여 소방방재청이 개청되고도 몇 년이나 더 흘러 구조구급국과 119구급과가 만들어져야 했다.

소방방재청이 국가안전처 산하 소방본부로 된다면, 그리고 거시적인 재난 대응만 강조된다면, 국민들에 대한 일상적인 구급업무는 퇴보할까 우려스럽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일선의 구급대원들은 지방공무원으로서 시·도지사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 그런데 구급분야의 질 관리와 주요 구급 정책 생산은 소방방재청 119구급과에서 시행하고 시·도 소방본부를 통제한다.

이러한 소방방재청이 사라지고 하나의 본부가 되고 나면, 공무원 조직 내에서 소방본부에서 생산한 주요 정책들과 질 관리 사업에 대해 시·도에서 잘 작동될 수 있을까 더욱 걱정된다.

현재도 각 시·도간에 심정지 소생률의 차이가 크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구급대원의 장비와 자격자의 수 등에서도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중증질환과 중증외상일수록 초기 환자 평가와 응급처치는 그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누구나 초기부터 자격 있는 응급의료종사자로부터 올바른 환자 평가와 응급처치를 받고 싶을 것이다.

구급과 구조 업무는 소방청 아래에서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안전의 가장 우선 순위는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신다면, 심정지와 급성심근경색증과 같은 중증질환과 교통사고, 추락과 같은 중증 외상이 당신의 일상에서 발생했을 때 당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본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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