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앞에 무릎 꿇은 소방관 "소방 조직 살려달라" 눈물 호소

2014.07.20 15:28

세월호 수색지원 활동을 하다 귀환도중 광주에서 헬기추락 사고로 순직한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소방공무원 5명에 대한 애도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춘천 동내면 강원효장례문화원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쯤 합동분향소를 방문, 방명록에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시고 순직하신 다섯 분 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라고 적은 뒤 순직 소방관들의 영정 앞에서 조의를 표했다.

그는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셨다 생각하시고 마음을 추스르시라”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20일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정홍원 국무총리가 20일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정 총리의 위로를 받던 유가족들은 눈물을 쏟으며 “노후된 소방장비와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소방공무원들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 유족은 “(소방관들은) 유언장을 써서 서랍에 넣어놓고 목숨과 생명을 담보로 일을 했다. 제발 (근무환경을) 개선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남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행정지원팀장(소방령) 등 5~6명은 정 총리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순직한 동료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소방 조직을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들이 고개를 떨군채 소리 내 울며 “도와주십시오”란 말을 반복하자 주변에 있던 유족과 조문객들도 잇따라 눈물을 쏟아냈다.

정 총리와 일행은 “뜻을 잘 알겠다”며 이들을 다독였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20일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뒤 유족의 손을 잡고 위로 하고 있다.│강원도 제공

정홍원 국무총리가 20일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뒤 유족의 손을 잡고 위로 하고 있다.│강원도 제공

순직한 고 안병국 소방위의 아들(7·초등학교 1학년)은 이날 아빠에게 쓴 편지를 들고 조문객을 맞아 유족들과 조문객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이 편지엔 ‘사랑하는 아빠. 아빠가 사랑하는 아들이에요. 아빠가 안 계시는 동안 엄마와 동생을 내가 잘 돌봐 드릴게요. 하늘나라 먼 여행을 혼자서 떠나셔서 많이 많이 외로우시죠. 사랑하는 아빠. 하늘나라 먼 여행 빨리 하시고 우리 같이 살아요. 아빠 많이 보고 싶어요’란 글이 적혀 있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20일 순직소방관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하던 중 고 안병국 소방위의 아들이 아빠에게 쓴 편지를 살펴보고 있다.│강원도 제공

정홍원 국무총리가 20일 순직소방관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하던 중 고 안병국 소방위의 아들이 아빠에게 쓴 편지를 살펴보고 있다.│강원도 제공

순직 소방관들의 합동분향소엔 19일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수백명의 조문객이 찾는 등 애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방명록에 ‘큰 헌신과 희생에 강원도민들의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란 글을 남겼다.

세월호 침몰 직전 배로 돌아가 동료를 구하고 숨진 양대홍 사무장의 형(56)도 지난 19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죄송합니다’란 짧은 글을 남기고 애도를 표했다.

이밖에 이날 오전 9시부터 강원도청 별관 4층에 설치된 분향소에도 일반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안전행정부는 헬기가 추락하는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도로 주변으로 기체를 유도해 대형 참사를 막은 점을 인정해 순직 소방관들에게 훈장을 추서했다.

순직 소방관들의 영결식은 오는 22일 오전 9시 강원도청 별관 앞에서 강원도장으로 거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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