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는 한국의 안전의식

2014.10.19 20:35 입력 2014.10.19 20:41 수정

판교 공연장 참사는 역시 무너진 안전의식이 원인이었다. 경찰은 사나흘 더 조사해봐야 불법 사항의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사고 배경의 얼개는 대충 그릴 수 있을 정도이다. 공연장의 안전장치 및 안전의식 미흡과 관련 법령 미비가 사고를 부른 것이다. 하나같이 세월호 사고 이후 수없이 되뇐 안전수칙들로, 미증유의 참극을 겪고도 여전히 한국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백년하청임을 증명한다.

이번 사고는 조금만 더 주의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 먼저 공연장 무대는 당초 환풍구 앞쪽에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행사 주관 언론사의 요구로 행사 보름여 전 뒤쪽으로 변경됐다고 한다.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애초 계획대로 설치했더라면 관람객들이 공연을 잘 보려고 환풍구 위로 올라갈 이유가 없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한 일이다. 환풍구가 도처에 널렸지만 안전 관련 법령이 구비되지 않은 것도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환풍구 주변은 공기 질이 나빠 안전 문제가 아니라도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맞다.

환풍구 덮개를 지탱하는 철제 빔을 조금 더 촘촘히 설치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뼈아프다. 실제로는 철제 빔이 열십자 형태로 단 두 개만 설치돼 30명도 안되는 관람객들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덮개가 붕괴되지 않도록 철제 빔을 설치했다 해도 추가 비용은 수십만원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한다. 사고 당시 공연장에 안전요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아연할 따름이다. 행사를 주최한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공연계획서에 직원 4명을 안전요원으로 기재했지만 정작 이들은 자기들이 안전요원인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행사 주관·주최 기관 모두 애초 안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안전 무개념’이 민간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 주재 청와대 대책회의 14차례 등 100회가 넘는 안전 관련 회의를 열었다. 그 결과로 지난달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기본방향’을 마련, 근본대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보란 듯이 판교 공연장 사고가 발생했으니 허망할 따름이다. ‘안전 1순위’라고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은 ‘경제 부흥’이나 ‘민생’에 뒤진 후순위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판교 공연장 참사 후 국토교통부는 건축물, 지하철 등의 환기구 구조물에 대한 일제 점검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행태가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환기구 사망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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