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당위성

2014.07.30 23:52
원성수 | 공주대 행정학과 교수

미국의 9·11테러 이후 한때 연호를 구분하는데 BC와 AD 대신 BT(Before terror)와 AT(After Terror)를 쓰자는 말이 돌 정도로 9·11 테러 전과 후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에 버금가듯 우리 사회도 이번 세월호 참사가 안전에 대한 인식과 제도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역사적 경계가 되기에 충분한 것으로 여겨진다.

[기고]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당위성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는 국가개조 수준의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뒤돌아보니 그동안 수많은 재난 앞에서 정부와 관료들은 그때마다 결의에 찬 다짐과 계획을 내놓았으나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기에 오늘과 같은 저급한 상황이 지속된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만큼은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새판을 관료들의 머리와 탁상보다는 현장을 중심으로 완전히 다른 의식과 방법으로 설계하여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필자는 현시점에서 특히 소방직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그것은 99.2%가 지방직인 소방공무원들을 이참에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시·도지사의 책임으로 되어 있는 소방행정시스템을 국가행정시스템으로 강화하여 재난에 신속·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일원화된 지휘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안전현장에서 국가직인 군·경찰 당국과도 긴밀한 협조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특히 소방과 같은 사회 안전 분야는 더 이상 지방자치나 분권차원에서 다루어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지방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또 다른 당위성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소방행정서비스의 지역 간 편차가 지속될 경우 고비용이 소요되는 소방행정서비스는 특히 지자체 수준에서 그 비용부담에 어려움이 있어 자연적으로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다. 둘째, 2개 이상의 자치단체에 걸쳐 재난이 발생하였거나 재난을 당한 자치단체의 역량만으로는 대응이 불충분하거나 나아가 재난을 당한 다른 지자체에 소방력을 지원해야 하는 경우 소방서장(본부장)이 중앙정부(소방청)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데, 동시에 법적 책임자인 시·도지사의 지휘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효율적 지휘가 이루어질 수 없다. 마지막으로, 불확실성이 특징인 재난은 국가차원에서 적정 수준의 재난대응 소방자원을 확보하여 유연하게 운용하는 것이 지자체별로 중복 분산 보유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직 소방시스템을 국가직으로 전환하여 일원화함으로써 서울시민이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서울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듯, 지방민들도 지역에 관계없이 균등한 안전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지극히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권리를 소방행정시스템 개선을 통해 확실히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세월호 참사가 현재와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어디에서나 같은 수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역사적 계기가 되길 바라며, 그러한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분들의 죽음은 더 이상 헛되지 않고 우리의 안전 역사에 영원한 교훈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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