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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슨 죄’ 소방총수 강등에 현장 소방관 분노 폭발 “국민 여러분 119가 돼주세요”

2014.05.29 14:39 입력 2014.05.30 10:35 수정
김창영 기자

· 현장 소방관의 다음 아고라 청원글 SNS 급속 전파 “국가직 전환하라”
· 시민들도 “청와대에 불나면 물 건너 구경하듯 해버려라” 비판 가세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119소방의 119가 돼주세요.”

재난 현장 최일선에서 목숨을 걸고 불길로 뛰어들고 있는 현장 소방관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정부가 29일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컨트롤 타워’를 재정비한다는 이유로 국가재난안전처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파장이 심상치 않다.

‘불혼불작’ 이라는 닉네임의 일선 소방관이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에 올린 글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이 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너무 비정상적인 일들이 벌어져서 이렇게 글을 쓴다”는 이 소방관은 “비정상의 정상화? 소방조직은 ‘비정상의 지속화’로 가고 있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소방서장이 재난발생시 경찰과 군을 지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작 묵묵히 일 잘해 온 소방이 해경과 같이 1계급 강등, 없어지면서 해체 흡수되고, 국민은 과거 그대로 시·도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차별적인 소방안전서비스를 계속 받는다는 말은 없다”고 썼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산소통을 메고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산소통을 메고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이 소방관은 “지금도 재난이 터지면 소방에서 긴급구조통제단이라는 현장본부를 만들면, 군·경찰·한전·KT·병원·보건소 등 재난과 관련된 긴급구조 지원기관은 소방에 협력하게 되어 있다”면서 “소방관과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고 분노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무능력한 행정위주 재난대응체계 관련부서인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와 소방방재청 방재담당공무원(재난전문가라고는 손꼽히는) 부서가 소방본부와 해양안전본부를 제외한 3개 정도의 본부에 이변이 없는 이상 그대로 가지 않겠느냐”면서 “이것이 기존의 정부조직과 이름만 다르지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작 소방관 최고계급인 소방총감은 없애버리고 제복공무원의 자존심을 짓밟는 이유가 과연 무엇이냐”고 말했다.

“소방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러시는겁니까? 과연 행정직 관료분들에게 소방은 취임식때 의자닦는 소방관으로 밖에 안보이십니까. 안전행정부 영문명 안전이 ‘Safety’가 아니고 ‘Securit’y를 사용하시는 것만 봐도 국민이 생각하는 ‘안전’과 정부가 생각하는 ‘안전’이 얼마나 다른지 알겠습니다.”

그는 사기 문제도 조목조목 짚었다.

“군인, 경찰관, 소방관은 정말 ‘사기(士氣)’가 생명입니다. 재난현장 최일선에서 목숨 걸고 불길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경찰청장급의 치안총감 계급을 없애고, 군의 참모총장 계급을 없애면,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깁니까? 제복입고 있는 일선 소방관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누가 지휘를 받겠습니까.”

그는 또 “현장 소방관들은 대구지하철 화재사고가 나면서 2004년 최초 재난관리 전담기구 소방방재청이 만들어지면서 부족한 인력, 장비이야기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소방이미지는 ‘노후화된 장비’와 ‘부족한 인력’, ‘매맞는 소방관’으로 대변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현장에서 26일 소방대원들이 산소통을 메고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현장에서 26일 소방대원들이 산소통을 메고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이 소방관은 “작금의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해서도 별 기대는 안하고 있지만 정말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느냐. 얼마나 답답하면 일개 소방관이 이런 글을 올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국가안전처장이나 차장에 현장경험이 풍부하고 카리스마 있는 소방관이 임명돼 지휘할 수 있게 해주시고, 더 이상 부족한 인력, 장비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로 고르게 안전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의 분노는 계속됐다. “국가안전처 조직 해경(1만명)은 국가직이고, 소방관(4만명)은 지방직입니다. 아이러니 아닙니까? 해양에서 사고나면 국가재난이고, 육상에서 사고나면 지방재난입니까?”

그는 또 “참고로 10만명 경찰은 국가직인데 기획재정부에서 4만명 인력을 감당할 예산이 없다고 하는데 경찰은 되고 소방은 안되냐”고 말했다.

현장 소방관은 “그 나라의 안전을 보면, 그 나라의 품격을 알 수 있다”며 “단언컨데, 국가개조와 국가안전처의 시작은 관료사회가 재난현장 중심 소방조직을 재난전문조직으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아고라 청원만큼은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119소방의 119가 되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 글이 경향신문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청원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누리꾼들과 시민들은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Lee Sanguk’이라는 누리꾼은 “미국은 소방관이 제일 존경받는 직업이라는데 우리나라는 왜이러냐”며 “후진국 티좀 내지마”라고 했다.

‘magicircle’이라는 누리꾼은 “청와대에 불나면 물건너 구경하듯 해버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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