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조직개편을 이런 식으로 해도 되나

2014.05.28 20:52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번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청와대가 교육부총리제 도입과 안전행정부의 행정자치부로의 개명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국무총리 아래 경제는 경제부총리, 교육·사회·문화 분야는 교육부총리가 분장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정부 조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데 정부 조직만 케케묵은 외피를 입고 있다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이뤄지는 정부부처 개편이 정권의 과시 욕구에서 오는 소모적 성격이 다소 있다고 해도 국민들이 대체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은 그런 필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존중해준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조직개편은 이런 차원에서 보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정부 대책이라면서 갑자기 부총리 숫자를 늘리고 부처를 쪼개고 붙이는 게 과연 제대로 된 논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다. 당장 교육부총리의 역할과 기능부터 분명치 않다. 교육부총리에게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고용노동부·미래창조과학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을 총괄토록 한다지만 이들 부처의 정책을 어떻게 조정·조율한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다. 이 대목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가 “후속작업을 통해 보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한 것을 보면 충분한 논의와 심도 있는 연구 없이 발표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안행부를 행자부로 개명하는 과정도 졸속의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번 대통령 담화는 안행부에서 인사·조직·안전 기능을 떼어내 안전은 국가안전처로, 인사와 조직은 신설되는 행정혁신처로 이관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안은 조직은 그대로 두고 인사 기능은 인사혁신처로 넘기는 것으로 수정됐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굳은 결의를 다지며 발표한 내용이 불과 8일 만에 손바닥 뒤집히듯 바뀐 것이다.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부처 조직을 뗐다 붙였다 오락가락하면 관가에는 혼란을, 국민들에겐 불신만 안겨준다. 공무원들은 자기 자리 가늠하느라 일손을 놓기 십상이다. 정부의 기본 틀을 바꾸는 조직개편을 몇몇 사람들의 의견만으로 뚝딱 해치우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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