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방관 국가직 전환요구 ‘묵살’ 국민들 ‘뿔났다’ … 소방청도 전격 ‘1인 시위’ 합류

2014.06.25 17:25 입력 2014.06.26 07:52 수정
김창영 기자

· 소방관 처우개선 국민운동본부 발족 … 1인 시위·100만 서명 돌입
· 소방방재청 국가직 소방공무원도 ‘침묵’ 깨고 전격 ‘1인 시위’ 합류

119 소방관들이 전국민에게 평등한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방청 독립’과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며 벌였던 ‘1위 시위’ 바통을 뿔난 시민들이 이어 받았다.

현장 소방관들이 지난 7일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벌였던 ‘1인 시위’는 소방관들의 컨트롤 타워인 소방방재청과 시·도 소방본부 고위 간부들이 ‘인사 불이익’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중단됐었다. 현장 소방관들은 “국민 모두에게 평등한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방직과 국가직으로 이원화 된 소방조직을 국가직으로 일원화 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안전행정부가 조직개편 최종안을 국회에서 제출하면서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거리로 나섰다.

소방관들이 부당한 인사 조치 등 회유·협박에 시달린 나머지 ‘1인 시위’가 중단되자 25일 시민단체가 발족하면서 ‘소방관 사태’는 18일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소방관 처우 개선 100만 서명 국민운동본부(소국본·http://cafe.daum.net/firekings)가 꾸려지면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소국본은 이날 최기용 전 전국의용소방대연합회장, 방송인 자니윤, 배선장 ISO 국제심사협회 사무총장 등 3명으로 공동대표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최기용 소방관처우개선운동본부 상임대표가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소방청 해체 결사 반대’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 소방관처우개선운동본부  제공

최기용 소방관처우개선운동본부 상임대표가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소방청 해체 결사 반대’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 소방관처우개선운동본부 제공

최기용 상임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119 소방청 해체 결사 반대’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퇴근길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최 대표는 “다시 옥상옥의 조직인 민방위로 회귀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민방위로 회귀를 획책하는 국가안전처 신설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라. 더 이상의 소방관 순직과 처우개선의 근본해결을 위해 소방관 국가직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배선장 공동대표 겸 운동본부장은 이날 “이제 국민이 소방관을 대신해 1인 시위를 이어가고자 한다”며 “근본적인 해결은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고 독립소방청을 만드는 길”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소본협은 매일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광화문 광장를 비롯해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청계 광장, 국회 등에서 대국민 호소 1인 시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지방 소방공무원의 ‘1인 시위’에도 불구, 침묵을 지켜왔던 소방방재청 소속 국가직 소방직들도 이날부터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앞에서 전격적으로 ‘1위 시위’에 돌입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게 됐다.

시위에 나선 한 국가직 소방공무원은 “안전행정부는 대통령의 지시를 미이행 하고 있다”며 “국회의 책임있는 결정을 촉구한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지방소방공무원의 ‘1인 시위’와 달리 국가직 소방공무원까지 전격적으로 시위에 합류하면서 ‘소방관 사태’는 2라운드를 맞게 됐다.


지방소방공무원의 ‘1인 시위’에 침묵을 지키던 국가직 소방방재청 소방직 공무원들이 25일‘안전행정부가 대통령의 지시도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국회의 책임있는 결정을 촉구한다’는 피켓을 세우고 시위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독자 제공

지방소방공무원의 ‘1인 시위’에 침묵을 지키던 국가직 소방방재청 소방직 공무원들이 25일‘안전행정부가 대통령의 지시도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국회의 책임있는 결정을 촉구한다’는 피켓을 세우고 시위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독자 제공

< 소방관 처우개선 국민운동본부 성명서>

소방관 1인 시위를 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더 안타까운것은 상부의 징계압력으로 1인 시위마저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방관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소방관은 그 어디에 자신들의 처지를 하소연해야 하는가. 보다 못해 이제 국민이 소방관을 대신하여 1인 시위를 이어가고자 한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 해경청 해산이다. 이것도 국민들은 의아해 한다. 그런데 이에 더 나아가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조직인 소방청을 해체한다니 국가 위기 조직시스템을 이리도 졸속으로 처리한단 말인가.

소방청 해체는 소방관의 사기저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다시 옥상옥의 조직인 민방위로의 회귀를 획책하는 것이다. 소방청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할 경우 세월호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현재의 국가 재난관리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우를 범할까 우려된다.

정부와 관료들은 더 이상 소방조직을 흔들지 말라. 소방관은 지금도 충분히 참담하다. 일반 국민의 평균수명은 80세 이상인데, 소방관의 평균수명은 58세이다. 최근 5년간 소방관 29명이 순직하였고, 직무상 스트레스로 최근 4년 동안 25명이 자살하는 조직, 직업 만족도 최하위 조직, 임용 5년내 이직율이 20%인 조직, OECD 평균 국비지원률 70%인데 3~4%에 불과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 소방관은 슈퍼맨이 아니다. 이 수치는 소방관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있으며, 국가지원이 전혀 없다시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왜 소방관들은 국민의 동정심을 받아야만 하는가. 이는 조직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미군정시절 소방청에서 출발한 소방은 경찰에 소속되어 활동하다 1974년 지방조직법 개편으로 민방위 소속으로 바뀌면서 소방은 부모없는 떠돌이 신세와 같이 전락했다. 현장을 알지 못하는 옥상옥의 조직인 민방위본부체제는 2004년에야 결국 국회의 강압에 의해 소방방재청으로 개편되면서 처우개선 문제가 조금은 해결되나 싶었다.

그러나 지금도 처우개선 문제로 소방관이 1인 시위를 해야할 정도로 열악하다. 이는 소방이 지방사무로 묶여 있는 한계 때문이다. 근본적 문제해결은 소방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고 독립소방청을 만드는 길이다.

관련기사

더보기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