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호는 어떤 논리보다 우선돼야 한다

2014.06.23 10:29
김기태 | 일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안전처 신설과 관련, 현재 안전행정부 외청인 소방방재청이 해체되고 국가안전처에 소방본부로 격하되는 정부조직개편이 진행중이다.

소방공무원은 시·도지사가 임용하고 소방업무 수행의 주축을 이루는 지방소방공무원(3만9000명)과 대통령 또는 소방방재청장이 임용하고 지방소방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소수 국가소방공무원(330명)으로 이원적 체제를 이루고 있다.

소방공무원의 이원적 신분체계로 지방소방공무원은 시·도지사와 소방방재청장 모두에게 지휘를 받는 이중적인 지휘구조를 갖고 있어 신속한 현장대응, 강력한 지휘체계 확립과 정책의 일관성에 어려움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 달리 재정여건에 따라 인력과 소방장비의 차이로 인해 소방서비스의 시·도별 편차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소방의 열악한 여건을 개선하고 국민들에게 더 나은 소방서비스 제공을 위해 이재오 의원(2013.4.2), 강창일 의원(2013.4.8), 김태원 의원(2013.11.29)이 각각 대표 발의한 <소방공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이원적 체제의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함으로써 신속한 현장대응, 정책의 일관성 등을 확보하고, 시·도별 편차 없는 소방서비스 제공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개정 법안은 ‘입법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입법 정책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김기태 경기 일산소방서 화재조사관

김기태 경기 일산소방서 화재조사관

그 이유는 첫 번째, <지방자치법>은 지역의 화재예방·경계·진압·조사 및 구조·구급사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 예시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1991년 이후 소방사무를 규정하는 법률이 증가해 왔다는 점에서 현실적이지 않다. 국가사무 비중은 1991년 15.4%에서 2012년 48.5%로 증가한 반면 자치사무 비중은 63.5%에서 25.0%로 감소했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11조 (국가사무의 처리제한)에 근거해 국가사무로 분류할 수 있는 소방사무가 엄연히 존재한다. 지방자치법에는 ①국가의 존립에 필요한 사무로는 소방안전에 관한 사무, 소방사법에 관한 사무 ②전국적 규모나 이와 비슷한 규모의 사무로는 소방자원 공급에 관한 사무, 대형재난에 관한 사무 ③전국적으로 기준을 통일하고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사무로는 소방정책에 관한 사무 ④지방자치단체의 기술과 재정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무로는 소방산업, 소방기술 개발에 관한 사무를 들고 있다.

두번째, 소방업무는 주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등 민생의 최일선에서 주민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등 주민체감형 현장 대응태세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지방자치사무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자치단체의 검토의견을 이유로 하고 있다.

이 또한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 과연 소방업무를 지방자치사무로 규정함으로써 ‘주민체감형 현장 대응태세 확립’이 가능한 것인지를 묻고 싶다. 인력과 장비, 즉 소방력은 결국 돈의 문제이며 이는 곧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과 직결된다.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 무슨 수로 ‘주민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소방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말 뿐인 지방자치는 결국 열악한 소방 현실을 낳을 뿐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중차대한 업무는 군·경찰과 마찬가지로 지방자치사무가 아닌 국가사무로 해야 한다. 소방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인력과 장비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한 <소방력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한 소방차량 1대당 필요한 소방인력을 대부분의 시·도에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의 능력으로 감당하기 힘든 대형재난에 국가의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삼풍백화점 붕괴(1995), 강원고성산불(2000), 대구지하철화재(2003),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2008) 등 그동안 발생했던 대형재난의 경우 소방조직에서는 전국적인 광역 출동으로 재난대응에 임했다. 이러한 대형재난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면 소방을 단순히 지방자치사무로 구분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세번째, 국가소방공무원으로 일원화에 대해서는 시·도 소방본부의 특별지방행정기관 전환여부, 국가공무원의 대폭증원 문제 등에 대해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안전행정부 의견과 지방교부세율 조정 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획재정부 의견 등을 이유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절차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절차적인 문제는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소방이 국가직으로 전환된다면 당연히 관련 법령을 개정해 시·도 소방본부를 특별지방행정기관으로 전환하면 되는 것이다. 행정기관에 두는 국가공무원 정원의 최고 한도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 총정원령>에 규정상 증원이 필요하다면 그 정원을 법령에 맞게 증원하면 될 일이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의 신분이 변함에 따라 지방교부세율의 조정이 필요하다면 조정하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소방안전분야 국비부담률은 평균 67.7%인 반면 우리나라는 국비보조가 1.8%에 그친다.

더 이상 절차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소방재정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비지원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과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를 거부한다면, 국가조직의 비합리성과 비효율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꼴이다.

대한민국헌법 제34조 제6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소방기본법 제1조(목적)에도 “화재를 예방·경계하거나 진압하고 화재, 재난·재해, 그 밖의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구급 활동 등을 통하여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함으로써 공공의 안녕 및 질서 유지와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재난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전문적인 초기대응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또한 소방기본법 제1조에 규정한 바와 같이 재난현장에서 초기대응하는 소방조직을 당연히 국가직으로 일원화해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각종 재난현장에서 자신의 안위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묵묵히 각종 재난사고에 대해 전문성과 현장대응성을 축적해 온 소방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하고 외청으로 독립시켜 시·도별 편차 없이 모든 국민이 고른 소방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조직이 개편되어야 한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는 다른 어떠한 논리나 이유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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