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국정감사와 소방방재청

2014.10.27 18:52 입력 2014.11.24 15:09 수정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헌법 제61조 및 국회법 제127조 등에 근거한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는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밝혀내 새로운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입법이나 예산에 반영하는데 있으며, 국정감사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데 있다.

지난 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소방방재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었다. 이날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여러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청래 의원은 “국민은 소방관을 가장 신뢰하고 있는데 정작 국가가 소방관을 외면하고 있다. 청장은 국가직 공무원이니까 하급 직원들의 피 끓는 절규를 외면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필자는 1995년부터 6년 동안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아주 감사하게도 대한민국 소방에서 배운 소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는 주한 미 공군에서 미국 소방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근무하고 있다. 어느새 소방과 인연을 맺은 지도 19년이 되어간다.

주한 미 공군 소방서도 매년 미국 본토나 혹은 하와이로부터 행정사무감사를 받는다. 행정사무감사는 업무상 미진한 부분을 지적받고 대안을 제시받는 장소이지만, 지금 내가 가장 잘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그 공로를 인정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이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본인의 경험에 비춰보면 행정사무감사에서 문제점을 회피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파악해서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자신있게 입증함으로써 감사관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긍정적인 효과 덕분에 아직도 나는 거의 모든 행정감사를 도맡아서 받고 있다.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최대 화두는 소방의 국가직화에 대한 소방방재청의 공식입장을 물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정감사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이 소방의 국가직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고 오히려 소방방재청이 주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 소방서비스 여건은 대한민국의 안전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아주 중대한 사안이다. 그래서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소방의 국가직화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소방방재청은 소방의 국가직화를 염원하는 4만여 소방관들의 입장을 보다 더 확고하게 전달했었어야 했다. 아울러 국민의 안전에 사각지대가 있거나, 현행 제도와 정책에 잘못이 있었다면 이를 인정하고,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앞서 현장 안전 전문가로써 더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했었어야 옳다.

국정감사는 잘못된 점만을 질책 받고 거기서 멈추는 곳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소방만의 전문적인 논리를 체계적으로 제시해 향후 입법과 예산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월남전의 영웅인 예비역 중장 채명신 장군은 유언으로 자신을 ‘장군 묘역이 아닌 1평 규모인 사병 묘역에 안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죽어서도 ‘월남전 참전 전사자와 함께 하겠다’는 고인의 숭고한 뜻에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다.

대한민국 4만여 소방공무원은 올 한 해 동안 전쟁과도 같은 재난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현장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채명신 장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대한민국 소방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한사람으로써 감히 소방방재청에게 부탁한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는 대한민국 소방인들의 염원과 현장의 목소리를 더 자신 있고 확실하게 전달해 주기를 말이다. 또한 2014년에 지적받았던 사안들이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지도 잊지 말고 말해줘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소방이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반드시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왜냐하면 전쟁 같은 화마와 싸우며 대한민국을 위해 땀 흘린 우리들에게 적어도 서로 고생했다는 인정과 의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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