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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소방관 국가직 전환 맞다” … 소방청장 ‘시위자 징계’ 발언 파문

2014.06.10 22:29 입력 2014.06.11 14:46 수정
김창영 기자

· 박 시장 기자회견 “정부 결단 내리면 따를 것”
· 소방총수는 “1인 시위 소방관 징계” 발언 ‘파문’
· 지난해 국회 안행위도 소방방재청·안행부 질타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소방관의 직위를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소방부문은 대체로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듯이 국가직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장 소방관들은 지난 7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 지방직과 국가직으로 이원화돼 있는 소방관의 직위를 국가직으로 일원화(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 시장은 또 “보통 광역자치단체장들끼리 모이면 자주 이야기하고 변화돼야 할 부분으로 거론하는 것이 소방본부”라며 “경찰은 오히려 자치경찰로 바꾸고, 소방관들은 국가직으로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서울시)는 국가직 전환에 대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그렇게) 결정을 내리면 최선을 다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4만여명의 소방관 대다수는 지방직 공무원이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처우가 다르다. 노후 소방차량이 많고 사비로 소방용 장갑을 구입하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농업용 장갑을 끼고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상대적으로 재정 상황이 좋은 서울시를 제외하면 지방은 안전이나 인명구조와 직결되는 소방차량과 안전장비 노후화가 심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안전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현직 소방관이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현직 소방관이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일선 소방관들의 요구와는 달리 소방지휘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해 비판도 강하게 일고 있다.

1인 릴레이 시위가 시작된 이후 소방총수인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이 “지급품인 방화복을 입고 (1인) 시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징계 조치하라”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징계는 아니고, (시위를) 못하게 하라는 지시가 (회의시간에)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진화는커녕 현장 소방관들은 시·도 소방본부장(국가직) 등 지휘부의 퇴진을 요구, ‘119사태’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 소방관은 “무능한 청장을 처벌해 달라고 1인 시위와 청원운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한 소방관은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방해청’은 안되어야지. 참으로 답답하다”고 지휘부를 질타했다.

또 다른 소방관은 “그래서 수뇌부가 경찰의 경장보다도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하위직에게는 엄청 큰소리로 떠들어대고, 다른 직렬이나 윗선에게는 꿀먹은 벙어리, 정말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6월17일 국회에서 열린 제316회 안전행정위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여야 의원들은 ‘지방직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라’고 한목소리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소방방재청과 안정행정부는 예산을 핑계로 미온적으로 대처한 사실이 드러났다.

새누리당 유승우 의원은 이날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에게 “소방직의 국가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계속 논의가 많다. 현재 3만8000명의 소방직이 있는데 260명 정도가 국가직이고, 나머지는 지방직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것이 계속 회의 때마다 나오고, 건의를 하는데 소방방재청의 중요성을, (소방관의) 사기문제 등을 생각할 때 이것이 일원화돼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현직 소방관이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현직 소방관이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하지만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은 “국가직으로 일원화할 경우에 긍정적인 부분, 또 그렇지 않은 부분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유승우 의원이 “부정적인 면이 뭐냐”고 따져 묻자, 소방방재청장은 “부정적인 면은 행정변화 추세에 따라서 지방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고, 그 다음에 국가 재정부담 등의 문제 등은 관련 부처인 기재부(기획재정부) 등과 협의를 해야 된다”고 답변했다.

유 의원은 “문제점이 있는 것만 알고 소방방재청장은 소신도 없느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우리 소방직 공무원들의 사기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느냐”고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도 “본 위원이 소방재정 확충 필요성, 지역별 인력 및 개인 장비의 문제, 지방 소방공무원이 국가소방직으로 변경되는 당위성을 몇 밤을 새워서 자료를 정리해서 방재청장, 안행부 장관에게 줬다”면서 “인지했느냐”고 다그쳤다. 소방방재청장은 “아까 봤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유 의원은 또 “소방 관련 총예산은 2조5551억원인데 이 중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436억원, 1.8%에 불과하다”면서 “지방공무원은 교부금에 의해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게 되는 건데 이것은 직간접적으로 바꾸어서 비교분석을 하면 국가가 지방에 얼마나 지원하고 지방비는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싹 나오는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추궁했다.

유 의원은 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에게도 “자료를 보지 못했다”고 답변하자 “다시 전달해 드릴 테니까 읽어 보셔서 같은 문제를 풀어서 서면으로 답변하라”고 질책했다.

소방 공무원들의 분노가 확대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유력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 요구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정부가 10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국가안전처 설립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도 국회 통과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박원순 시장이 공식입장을 표명하자 누리꾼도 환영한다는 지지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누리꾼은 “소방관들의 시위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픈데 박원순 시장님 한마디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누가 소방방재청장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고 “시장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박원순 시장 멋있습니다. 불쌍한 소방관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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