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119 정신, 그 소중한 가치

2014.09.14 11:06 입력 2014.11.24 15:12 수정
이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 소방검열관

<경향신문>은 한국에서 6년동안 소방공무원을 역임하고 미국에서 소방관련 자격증을 취득, 미국 공군에서 선임 소방검열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건의 소방이야기> 14일부터 연재합니다. 이건 선임 소방검열관은 <주한 미군 취업가이드>를 비롯해 <미국소방 연구보고서>를 발간한 미국소방 전문가 입니다. 이건 선임 소방검열관은 매주 1회 경향닷컴(http://www.khan.co.kr)을 통해 <행복한 소방관, 이건의 소방이야기>에서 경향신문 온라인 독자를 만납니다. 많은 성원과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 소방검열관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 소방검열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없이 떠나보냈다.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기도로 텅 빈 마음을 채우며 모두가 힘든 시간들을 버텨내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희생하고 봉사하는 소방의 근본은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에 그 무게를 두고 있다. 소방을 말할 때, 흔히 소명의식이니 천직이니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필자는 ‘소방관이 되려면, 적어도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소방관이 비록 종교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에 준하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며 스스로 높은 수준의 도덕적 기준을 세우고 흔들리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 소방을 대표하는 브랜드 119는 모든 시민들의 뇌리 속에 이미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언제든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119가 반드시 오리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우왕좌왕 하는 현장의 모습들과 지휘체계를 지켜보면서 많은 시민들이 분노했다. 철저한 사고조사와 그 결과로 인한 교훈을 바탕으로 소방은 앞으로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지에 관하여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 소방대원들의 모토 중에는 ‘First in Last out’<사진>이란 말이 있다. 즉 ‘가장 먼저 들어가서, 제일 나중에 나온다’는 말이다.

이러한 희생과 봉사의 정신이 미국 소방의 고유 브랜드가 돼 미국 소방대원들은 오랜 시간동안 시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아 오고 있다. 그러한 사랑과 존경에 힘입어 자부심이 충만한 소방대원으로 다시 성장한다.

대한민국 소방이 대한민국 최고의 현장대응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희생과 봉사정신 이외에도 아래에 나열된 미국의 소방정신들을 살펴보고 대한민국 소방만의 119 정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 미국 소방대원의 소방정신
· 성실(Integrity): 보는 사람이 없어도 올바른 일을 하는 것. 품행일치.
· 덕성(Moral Character):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올바른 행위.

[이건의 소방이야기]① 119 정신, 그 소중한 가치

· 직업윤리(Work Ethic): 최선을 다하여 철저함을 추구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에만 가치를 부여한다. 평생 소방대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자신이 한 업무의 양과 질로써만 평가받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 자부심(Pride): 소방대원이 되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 용기(Courage): 우리는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과 싸운다. “We fight what you fear.”
· 충성(Loyalty): 소방대원들은 소방조직, 소방서 그리고 동료들에게 충성스러워야 한다. 또한, 부상을 당한 소방대원과 순직한 소방대원의 가족들을 돌보아야 한다. 누군가가 소방의 이미지를 흠집 내려고 할 때에도 자신의 소방서와 소방조직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한다.
· 존경(Respect): 항상 동료 소방대원 및 직장 상사, 그리고 시민에 대한 예우를 갖춘다. 이러한 자세들이 다시 시민들로 하여금 소방을 존경하게 만든다. 미국의 911 테러 당시, 뉴욕 소방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로 미국 소방대원들은 911 테러 이전보다 911 테러 이후에 더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었다.
· 연민(Compassion):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사고 피해자와 희생자, 그리고 자신의 가족과 동료를 보살핀다.



전통이 마치 오래된 역사인 것 정도로만 치부하는 요즈음 과연 119 정신은 어디쯤에 서 있는지 진단해 보자. 아울러 119정신을 브랜드화 해 적어도 자신의 임무를 천직으로 여기며 봉사하는 사람들의 어깨가 활짝 펴지도록 해 주자.

그러한 노력들이 궁극적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며, 아주 오랜 시간동안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숭고하게 희생된 선배들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필자의 변명: 대한민국 소방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한 명의 소방관으로써 이 글을 적습니다. 혹시 이 글로 인하여 조금이라도 오해가 있거나 상처 받지 않으시기를 바라며,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이 건(kon.yi.kor@gmail.com)
- Columbia Southern Univ(원격대학) 산업안전보건 석사
- 1995 ~ 2001 서울 구로소방서 근무
- 2001 ~ 2005 주한 미 육군 캠프페이지 소방서 근무
- 2005 ~ 현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 소방검열관
- 저서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해드림출판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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