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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존속, 소방관 국가직 전환해야 한다” …학계, ‘비정상’ 조직개편 비판

2014.06.21 18:48 입력 2014.06.22 00:08 수정
김창영 기자

· 한국화재소방학회 20일 ‘효율적인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 토론회

한국화재소방학회(회장 백동현)는 2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시민·학계·소방인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효율적인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이라는 주제로 정책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백동현 회장(가천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창원 교수(한성대)는 ‘재난 대응력 제고를 위한 소방인사체계 개편 및 소방재정확보 방안’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중앙과 지방의 이원화 된 소방체계로 복잡·대형화 되는 재난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시·도별 119서비스 품질 격차 문제도 발생,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립 소방청의 효율과 타당성’에 대해 주제발표를 맡은 이기환 교수(경일대·전 소방방재청장)는 “소방의 중요성이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방조직이 비전문가인 행정관료들에 의해 좌지우지 돼서는 안된다”며 “재난과 가장 밀접한 부서인 소방방재청을 해체하면서 재난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처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정부조직법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동현 한국화재소방학회 회장이 20일 서울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시민·학계·소방인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효율적인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 정책대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제공

백동현 한국화재소방학회 회장이 20일 서울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시민·학계·소방인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효율적인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 정책대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제공

이 교수는 또 “이번 정권에서 소방에 대한 관심과 정책기조를 기대했지만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뜻하지 않게 소방조직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면서 “시스템이 안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현장성이 강한 조직체로서 재난현장에서 대응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국가안전처 외청으로 독립 소방청을 개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윤명오 교수(서울시립대)는 ‘국가재난관리 중심역량기관으로서의 소방’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재난대처에 있어 일사불란하게 현장을 지휘하고, 위험대처가 쉽고, 기술지식의 보유·공유하는 것은 물론 소방규제·일관성 확보·조직의 통일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방공무원을 국가직화 하여 소방조직의 일원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김상욱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상임고문(소방기술사회 회장), 류충 한국소방안전협회 정책연구소장(전 음성소방서장),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승빈 명지대학교 교수, 이경원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편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총재 문성준) 후원으로 열린 정책토론회에는 △한국안전시민연합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한국소방안전협회 △한국소방시설협회 △한국소방기술사회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한국화재감식학회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한국소방기술인협회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전국의용소방대연합회 △한국소방산업공제조합 △대한소방 공제회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주)사파이어 등 소방 관련 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다음은 주제 발표자 발언 주요 내용>

■ “ 소방관이 왜 폭탄을 맞아야 하나” 이창원 교수(한성대 행정학과·전 한국조직학회 회장)


이창원 한성대 교수가 20일 서울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효율적인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이라는 주제의 정책대토론회에서 ‘재난 대응력 제고를 위한 소방인사체계 개편 및 소방재정확보 방안’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제공

이창원 한성대 교수가 20일 서울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효율적인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이라는 주제의 정책대토론회에서 ‘재난 대응력 제고를 위한 소방인사체계 개편 및 소방재정확보 방안’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제공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해양경찰,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등 3군데 부처를 질타했다. 이에 안전행정부는 해양경찰과 같이 해체수준까지 갔었다. 안전업무는 국가안전처, 조직·인사 업무는 행정혁신처를 만들어 보내기로 했었다. 안정행정부의 업무가 지방업무와 정부 3.0업무 밖에 안 남아 부단위 유지가 안 되다 보니 갖은 논리를 동원하여 조직업무를 끌어와 행정자치부로 다시 회생하면서 힘을 받아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개편안에 소방방재청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큰 ‘폭탄’을 맞은 곳은 소방방재청이다. 왜 이런일이 발생했나. 조직화 된 힘이 없어서다. 외청 차관급 부처인 소방방재청이기에 실질적으로 정부 조직 요소요소에 필요한 의견을 말할 사람이 없었다. 소방방재청이 본부급으로 격하돼 실질적으로 차관급 청장 소방총감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외청 형태의 소방방재청을 만들었지만 10년만에 다시 소방방재청 이전의 상태로 격하됐다고 이해하면 된다.

소방업무, 지금 국가직과 지방직이 혼재돼 있다. 대한민국 유일의 이원화 조직이다. ‘지방화 시대에 지방직으로 있는 게 어떠냐’라는 질문 많이 받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소방서비스가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그 누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역으로 묻고싶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은 전무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중차대한 업무는 군·경찰과 마찬가지로 지방사무가 아닌 국가사무로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보편적 서비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함이 마땅하다. 안전행정부에서는 ‘예산으로 해결해 주면 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

OECD 국가의 평균적인 소방사무 국비지원 비중은 약 70%다. 우리나라는 약 3~4%정도 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실질적으로 지자체별 경쟁적으로 헬기를 도입한다. 국가 전체의 비용부담을 따진다면 비효율적으로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것이다. 열악한 소방서비스에 대한 장비지원이 아닌 가시적 효과가 큰 전시 소방행정에 신경을 쓰다보니 시민의 안전은 뒷전일 수 밖에 없다.

헌법 34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국가’란 포괄적인 의미로 ‘중앙정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자체 역할 불균형으로 인해 훼손되선 안 된다. 중앙과 지방 간 소방정책의 일관성 확보와 일사불란한 대응을 원한다면 소방의 국가직 전환이 맞다.

■ “비전문가 조직설계, 탁상행정 전형” 이기환 교수(경일대 소방방재학과·전 소방방재청장)

이기환 전 소방방재청장이 20일 서울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효율적인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이라는 주제의 정책대토론회에서 ‘독립 소방청의 효율과 타당성’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제공

이기환 전 소방방재청장이 20일 서울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효율적인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이라는 주제의 정책대토론회에서 ‘독립 소방청의 효율과 타당성’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제공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는 ‘창조경제’와 ‘안전’으로 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도 변경하고 안전에 대한 인식변화를 주기 위해 거대 조직을 만들었다. 안전행정부에 안전본부를 만들고 시·도에 안전총괄과도 설치했다. 하지만 결국 실제 현장과 맞지 않는 조직이 돼버렸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었다.

현정부 들어 두 건의 대형사고 발생했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와 세월호 참사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중앙대책본부의 대응이 실패였다. 세월호 참사는 중앙대책본부의 조직 근간을 흔드는 사고였으며 이를 담당했던 해수부, 해양경찰, 안전행정부의 대처 능력 부족은 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소방조직의 변화 과정 살펴보겠다. 1975년 소방국이 탄생해 1992년 광역소방체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사실 광역체제가 오히려 국가직 전환의 발목을 잡게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04년 소방방재청이 탄생했지만 집행기관으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원화된 체계 때문에 쉽지 않았다.

1972년 대연각 호텔 사고를 계기로 서울과 부산 소방본부가 생기게 되고 국가·지방체제가 생겼다. 1995년 재난관리법 제정으로 소방업무 영역이 확대됐다. 현장에서 대응업무가 확대되고 2003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으로 변경되면서 소방방재청으로 개청한다. 하지만 현재는 대응보다 예방이나 복구업무의 중요성이 높아져 대응과 자연·인적·사회적 재난이 각 부처로 흩어지는 계기가 됐다.

2014년 국가안전처를 만드는 과정에서 현장감 없는 행정관료인 비전문가가 조직 설계를 주도 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별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방방재청 해체는 소방에 대한 무시다. 대통령 담화 당시에도 소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조직 개편 과정에서 밀실행정, 행정관료들의 소방 존재감에 대한 무시로 소방이 되레 피해를 보게 됐다. 이로 인해 소방의 국자직 전환을 위한 서명운동과 함께 광화문광장 1인 시위, 소방관련단체 토론회 등 소방력 강화에 대한 중요성를 핵심으로 한 국민적 요구가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되는 것일까. 과정을 살펴보자면 소방은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참아왔다. 그것은 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였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을 보면 누가봐도 이것이 소방을 무시하는 처사로 진행되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시위 같은 집단적 행동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재난관리 안전 기본법에서 자연·사회·인적재난 중에서 인적재난이 빠졌다. 이는 통합하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한 쪽에서는 통합한다고 해놓고 다른 한 쪽에서는 분리해 업무를 가져가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소방을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

조직구성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소방의 핵심 개념인 ‘대응’의 뜻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 관리가 조직을 설계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가안전처 또한 중대본처럼 몸집만 더 늘어났다.

컨트롤 타워 기능은 대응단계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역시 대응단계에서의 역할이 가장 크며 소방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재난대응이란 재난현장에서 귀중한 생명을 어떻게 하면 가장 신속하게 구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전문가 출신의 관료가 곳곳에 포진해 있는 데다 보고서 작성 등의 행정 절차 때문에 현장에서 신속한 대응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소방방재청은 전문 대응기관으로서의 노하우 가지고 있다. 119는 거대한 조직이다. 1980년부터 119가 만들어졌으며 30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자연·인적·사회재난에 대한 대응체제를 갖추기 위해 준비해 온 조직이다. 하지만 정부가 소방의 역할을 못박아 놓으면서 효율적인 조직으로의 발전이 어려웠다. 현재의 보고 체계는 현장에서 소방본부장이 지자체장에, 지자체장이 다시 중앙정부 장관에, 중앙정부 장관은 다시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보고체계 간소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재난전문대응기관으로서 상응하는 조직과 업무영역 확대가 필요하다.

■ “외양간 고치려면 제대로 고쳐라” 윤명오 교수(서울시립대·전 한국화재소방학회 회장)

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가 20일 서울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효율적인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이라는 주제의 정책대토론회에서 ‘국가재난관리 중심역량기관으로서의 소방’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제공

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가 20일 서울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효율적인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이라는 주제의 정책대토론회에서 ‘국가재난관리 중심역량기관으로서의 소방’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제공

세월호 참사가 있었는데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현장 지휘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다른 나라 같으면 현장 지휘관이 현장을 통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지휘관을 잘 알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호 참사 현장 책임자가 누군지 지금까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말은 현장 지휘체계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소방은 국가직으로서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극히 일부의 업무인 마을에서 불 끄는 일로 인해 지방직으로 보는 것이다. 소방 국가직화 는 지금 같은 기회는 없다.

정부는 소방을 4만여명으로 보지않고 200~300명으로 본다. 소방방재청에 있는 사람만 소방으로 본다. 선거 때는 모르겠지만 300명 있는 조직에서 연구소를 만들겠다고 하면 웃긴다고 한다. 빙산의 일각이 아니고 돌멩이 하나 올라와 있는 것이다.

소방법규라는 것이 기술법과 행정법을 모두 다루고 있다. 직제개편 회의에 들어가서 얘기해보면 다들 잘 모른다. 소방하면 환자 운반하거나 불 끄는 일로만 인식한다. ‘그거야 지방에서 불 끄는 것은 지방에서 하면 되지’하고 말한다. 범죄는 경찰, 재난은 소방이다.

사고가 나면 모두 소방이 대응을 한다. 특별재난부서를 만든다는데 이 부서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묻고싶다. 행정관료들은 소방이 국정을 수행할 능력이 안 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소방이 보수적이고 완고하고 폐쇄적이라고 한다. 소방이 완고하긴 하나 조직 역사를 보면 소방만큼 새로운 업무를 받아들인 조직이 없다.

곳곳에서 소방학교를 만든다고 한다는데 이를 국가적으로 체계화 시켜야 한다. 소방헬기는 사줬지만 지방에서 운영할 여건이 안 될 수도 있다. 국가가 가지고 있으면 상황에 따라 효율적으로 예산을 배분하고 적재적소에 투입하여 재난에 대응할 수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면 제대로 고쳐야 한다.

※정책토론회는 1988년에 창간된 소방분야 유력 전문지 소방방재신문(발행인 최기환)과 공동으로 취재했습니다. 토론회 내용은 25일 발행되는 소방방재신문(www.fpn119.co.kr) 지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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