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필리핀 소방관들과의 아주 특별한 동행

2014.09.30 21:18 입력 2014.11.19 10:33 수정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아주 의미 있는 교육이 개최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도움을 요청하는 지인의 연락에 흔쾌히 휴가를 내고 필리핀 소방관들과 동행했다.

특히 이번 교육에는 필리핀 소방국장을 비롯해 필리핀 소방정책의 핵심인력들이 대거 참여해 필자는 왠지 모를 흥분과 기대감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9월 15일부터 개최된 2주간의 교육. 그들과의 아주 특별했던 동행을 소개한다.

필리핀은 현재 급성장중인 나라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인구는 1억명으로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이다. 1만7000여명의 소방관이 필리핀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필리핀에서 발생하는 사고 46%가 수도 마닐라에서 발생한다. 마닐라 외에도 필리핀의 7100여개의 섬에는 태풍을 비롯한 각종 재난으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필리핀에 불어 닥친 한류열풍 때문인지 한국의 음식, 영화, 드라마 그리고 K-POP에 대하여 이해가 깊었다. 그 일례로 필리핀 소방국(Bureau of Fire Protection)은 매주 화·목요일 오후 4시에 1층 주차장에서 전 직원이 모여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의 음악에 체조를 즐긴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기증받은 10여대의 소방차와 국내 모기업에서 제조한 공기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어서인지 한국 소방제품에 대해서도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많은 수의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필리핀의 소방정책을 담당하는 14명의 고위직 소방관들은 교육기간 내내 소중한 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며 연신 카메라를 터트렸다.

경기도소방학교에서의 2주간의 교육은 개인보호장구, 구급, 산악구조와 자동차구조, 화재조사, 소방시설, 소방관 체력관리, 헬기구조, 본부·소방서 견학, 재난교육시설·산업체 견학으로 구성됐다.

경기도 소방학교를 방문한 필리핀 소방국 간부가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산악구조 훈련을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경기도 소방학교를 방문한 필리핀 소방국 간부가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산악구조 훈련을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동건수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많은 사고현장에 출동하는 필리핀 신임 소방관의 연봉은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보잘 것 없는 600만원 정도다. 56세에 정년퇴직을 하는 하면서 퇴직후에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으로 재취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어린 아이들의 교육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 같

이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이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은 부모로써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모든 과정에 열정과 진지함으로 임하는 그들과의 아주 특별했던 2주간의 동행을 통해서 의미 있는 깨달음을 선물로 받았다.

필리핀 소방관들은 대한민국의 넓게 트인 도로망, 세계 최고수준의 IT강국, 미국의 911 상황실보다 낫다고 평가한 대한민국의 재난종합지휘센터, 소방학교의 최첨단 시설들을 높게 평가했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감동을 주지 못했던 것들이다.

우리에게는 부담으로만 다가왔던 소방학교의 각종 교육들이 필리핀 소방관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 다른 사람의 실수에 인색하고 빠른 것에만 익숙했던 대한민국과는 달리 타인의 실수를 질책하지 않으며 격려하고 미소 지어주는 낙천적인 성격의 필리핀 소방관들이 한없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들. 대한민국이 우리에게 베풀어준 것들에 대해 우리는 그저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오히려 대한민국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주지 못한다고 불평만을 늘어놓았다.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7%가 다시 태어난다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하니 서글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우리가 더 이상 감사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필리핀 소방관을 보면서 대한민국 소방인으로써 나는 과연 어떤 덕(德)을 쌓았기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이 소중한 것들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였다.

그들과 헤어지기 바로 전날.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나는 바보처럼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많은 것을 가진 나를 오히려 위로해주는 그들은 내가 평생 소방인으로 살아가는데 아주 큰 의미로 남았다.

나는 희망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소방인들이 지금 가진 것들에 대해 감사하며, 세상을 향해 더 많은 것들을 나누어 주는 일에 인색하지 않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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