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부패와 미흡한 대처가 만들어낸 인재 … 소방서장 릴레이 제언<6>

2014.08.18 11:36
우동인 | 경기 의왕소방서장

[경향마당] 우동인 경기 의왕소방서장

‘청렴’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상태를 뜻하여 전통적으로 공직자가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청렴은 이제 부정부패를 넘어 원칙을 지켜 일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모든 구성원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되었다.

지난 4월 16일 우리는 세월호침몰이라는 전대미문의 비극으로 꽃다운 생명들을 차가운 바다한가운데서 잃는 아픔을 격었다. 세월호 사고는 운항회사, 한국선급, 과적, 해상수산부, 해운조합 등 관련단체의 부패와 미흡한 대처가 만들어낸 복합적 인재로 드러났다. 우리사회 적폐가 국민의 안전을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각 기관의 적폐를 제거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가혁신을 약속했지만, 이는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대형 참사 후 매번 반복되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정부는 국가혁신을 위해 부적절한 제도를 바로잡고 안전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부정부패한 공무원을 배제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숙된 안전의식은 국민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이후 최근 한 대형건물에서 실시한 화재대비 훈련에서 전체인원의 25%만이 참가하고 계단을 이용하라는 안내마저 무시돼 훈련성과가 실망스러웠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모두가 안전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실천하진 않았다. 우리는 모두가 훈련에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키지 않는 사회, 즉 스스로 청렴하지 못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

이는 국제 투명성기구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13년도 우리나라는 177개국 중에서 46위로 전년도 보다 한 단계 더 추락했다. 이로써 2010년 39위를 차지한 이후 3년 동안 7단계가 떨어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4개중에서 27위로 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동인 경기 의왕소방서장

우동인 경기 의왕소방서장

최근 고양 시외버스 터미널 화재사고, 장성군 요양원 화재사고, 부산 지하철 화재 등 각종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용접작업 시에는 안전관리자를 배치하고 소화활동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 법적으로 적절한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 노후된 시설은 교체하는것이 모든 것이 원칙이고 청렴이다.

당연한 일을 당연시 여기지 않는, 원칙을 벗어난 곳에서 부정·부패의 싹이 자라고 결국 우리 사회의 곳곳을 멍들게 한다. ‘이것쯤은 괜찮겠지’하는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언제든지 구성원모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음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청렴은 국격의 지표가 된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비정상화가 정상화로 요구가 거센 요즘 구성원 모두가 원칙을 지켜 소임을 다할 때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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