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세월호 참사로 해체위기서 ‘구사일생’ 안행부, 소방관 죽이나

2014.05.31 13:56 입력 2014.05.31 15:29 수정
김창영 기자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현실 밖에 보지 않는다.”

현직 소방관이 31일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올린 ‘소방방재청 해체’에 대한 안행부 설명자료에 반박글을 올리면서 인용한 글이다.

안전행정부는 30일 경향신문이 현직 소방관의 목소리를 전한 [우리가 무슨 죄, 소방총수 강등에 현장 소방관 분노폭발…국민 여러분 119가 되주세요], [재난 컨트롤타워 수장에 친박 정치인, 지금 제정신인가] 라는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냈다.

소방관 분노를 잠재우려던 해명이 진화가 불가능한 상태로 번지고 있다. ‘소방방재청 해체를 막아달라’는 청원에 서명한 사람은 31일 5만5000명에 달했다. 역풍강도가 청와대 턱밑까지 올라 온 형국이다.

김창영 |전국사회부 차장 안행부·소방청 출입(세월호참사 취재총괄)

김창영 |전국사회부 차장 안행부·소방청 출입(세월호참사 취재총괄)

소방관들은 안행부가 밝힌 “조직개편은 분산된 재난관리 기능을 통합, 강력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차관급인 소방방재청의 경우 장관급 국가안전처로 기능과 조직이 확대 개편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소방관은 “소방방재청장은 ‘소방총감 또는 정무직, 차장은 소방정감 또는 정무직’인데 [개정안]에서는 국가안전처 장·차관이 모두 정무직으로 소방공무원은 소방정감만 보임이 가능하다. 소방총수인 소방총감이 배치될 직위가 없어 실질적 축소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소방기관 중 국가안전처 최고상급자인 소방정감은 서울·경기 소방본부장과 계급이 같아 지휘권 정립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일침을 놨다.

소방관은 “안행부 논리로는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가장 책임소재가 많은 차관급 해양경찰청도 장관급인 국가안전처로 기능과 조직이 확대 개편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경기능 확대’가 되는 셈이다.

소방서장에게 군·경 현장지휘권을 부여하는 것도 ‘눈가리고 아웅’이다. 현행법에서 군과 경찰은 소방서장의 협조와 지휘를 받게 돼 있는데 조직개편으로 소방기능을 강화하는 것처럼 홍보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인력 대폭 확충·기존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전시행정의 표본처럼 보여진다. 안행부는 “중앙119구조본부 등 소방조직의 기능과 인력을 대폭 확충 보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박의견을 보면 역시 현장을 모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대원은 전국 소방인력의 0.38%인 151명에 불과하다. 반면 시·도 소방공무원은 3만9197명(99.62%)에 달한다. 소방공무원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시·도 소방본부와 소방서의 기능과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기능이 강화되는 곳은 0.38%인 중앙119구조본부에 국한되고 99%인 시·도 소방본부와 소방서는 반복되는 노후장비와 인력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소방조직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가 필수적인 요소다.

공무원이 발표한 설명자료를 같은 공무원 입장에서 보니 허점투성이로 드러난 것이다.

안행부는 재차 소방대원을 달래려다 일격을 당했다. 안행부는 “국가안전처 차관을 정무직으로 보임토록 한 것은, 장관급 행정부처 부기관장은 모두 정무직으로 하고 있는 입법례에 따른 것”이라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및 관계부처 협의 중에 있으므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소방공무원은 “장관급 행정부처에서 부기관장을 정무직으로 임명하더라도, 국가안전처는 타 행정부처와 달리 인명구조와 지휘기능이 강조된 기관이므로, 그 특성에 맞추어 현장지휘가 가능한 특정직을 부기관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행부의 설명 자료는 ‘소방방재청 해체’가 더이상 여론화되기 전에 초기진화하려는 의도로 보이며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 시 반대의견을 제시하였음에도 반영되지 않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사실상 의견을 수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보면 재난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공무원의 입장이 아닌 일반행정직 공무원의 입장에서 재난현장을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일침을 놨다. ‘니들 꼼수를 내가 모를 줄 아느냐’, ‘어디 민간인들에게 써먹던 수법을 소방공무원에게 쓸려고 하느냐’는 반응이다.

안행부는 세월호 참사후 허둥대며 허위발표를 일삼아 국민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행부의 해체를 선언했다. 인사·조직·안전·소방까지 총리실 산하로 넘겨주라고 했다.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하자 존재감이 없었고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불과 일주일전. 그랬던 안행부가 로비끝에 조직기능을 되살리자 외청으로 데리고 있던 소방방재청에 메스를 대고, 가슴에 대못을 박으려 하고 있다.

소방공무원이 인용한 <로마인 이야기> ‘조직의 리더는 보고 싶은 현실만 보아서는 안되며 보고 싶지 않은 현실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안행부를 비롯해 국회, 청와대에 불이 나도 소방관은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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