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왜곡 논리로 ‘소방관 국가직 반대’ … 안행부, 국회 ‘농락’

2014.07.04 14:06 입력 2014.07.04 16:49 수정
김창영 기자

안전행정부가 ‘소방관 국가직화’를 막기 위해 은폐·축소 논리를 개발해 국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행부가 소방관과 국민여론은 무시한 채 ‘조직이기주의 적폐’ 행태를 보이며 국회까지 농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향신문이 단독입수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시 문제점 검토’ 라는 제목의 안행부 내부문건(사진)을 보면 여론에는 귀를 막은 채 해괴하고 황당한 논리로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소방공무원법 전부개정법률안’ 개정을 저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향신문은 국회에 제출된 이 자료를 요구했지만 안행부는 공개를 거부해 왔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등 20명은 지난해 4월 2일 ‘소방공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새정치민주연합 5명의 의원도 참여해 사실상 여·야가 공동으로 낸 법안이었다.

이재오 의원은 “소방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돼 있어 자치단체 경계를 초월하고 시·도 책임과 재정능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대형복합재난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소방공무원 신분체계를 국가직으로 일원화, 예측불가능한 미래 복합재난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전문적인 초기대응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소방서비스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전행정부가  국회 안전행정위 위원들에게 배포한‘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시 문제점 검토’ 내부 문건. | 국회의원실 제공

안전행정부가 국회 안전행정위 위원들에게 배포한‘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시 문제점 검토’ 내부 문건. | 국회의원실 제공

여당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의 대표발의로 10명의 야당의원도 같은 법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강창일 의원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재정여건에 따라 인력, 소방장비 차이로 인해 국민이 받는 소방서비스의 시·도별 편차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해 신속한 현장대응, 정책의 일관성 등을 확보해 시·도별 편차 없는 소방서비스를 제공해 한다”고 밝혔다.

무려 여·야 의원 45명이 개정안을 냈지만 안정행정부는 ‘지방사무’라는 이유로 반대, 사장위기에 놓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후 소방관과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의원들이 법개정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또다시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는 사실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안행부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들에게 배포한 이 문건을 보면 국회의원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안행부는 “재난은 주로 지역단위로 발생하며 1차적 재난대응은 자치단체장이 총괄조정한다”면서 “국가직 전환시 특별지방행정기관이 신설돼 지휘체계가 이원화된다”고 밝히고 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난대응이 곤란하고 상호업무가 중복된다는 주장이다.

국회의원들이 소방관의 현장목소리를 반영해 이원화된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법을 개정하겠다는데 되레 ‘이원화 된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라 재난발생이 예측불가능하고 시·도 능력으로 감당하기 힘든 대형재난에 국가대응이 필요하다는 의원과 전문가들의 지적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의원들이 낸 개정안 사유조차 읽어보지 않고 반박논리만 펴고 있다.

조직이기주위에 매몰된 나머지 세월호 참사때 중앙119구조본부, 서울·경기·전남·경남 등 소방력이 투입된 사실은 알 턱이 없는 것이다. 2013년 포항 대형산불 때 경북에서 경남·울산에 소방헬기를 요청했지만 관할지역 상황발생시 출동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하면서 화마를 키운 사실 조차도 은폐하고 있다. 포항 산불은 1명이 숨지고 26명 부상, 임야 79㏊를 태우고 주택 111채가 소실됐다.

지난 2월 발생한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때도 사고현장과 인접한 울산에 ‘최대의 소방력’을 요청했지만 구조차 1대, 구급차 3대, 펌프차 1대 지원이 고작이었다. 경주 마우나 리조트 사고때는 10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형재난사고 대부분이 현장 컨트롤타워인 소방서장이 힘없는 지방직(서기관)이다 보니 전형적인 ‘인재’로 비화됐지만, 사후약방문도 제대로 처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계는 ‘소방사무’가 국가나 공동사무 비중이 81%(국가 49%·지자체 공동 32%)로 증가, 국가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는 공통된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지방사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

백동현 한국화재소방학회장은 “시·도 재정사정으로 소방에 대한 예산투자 부족으로 인력과 노후장비 문제는 개선되지 않으면서 출동소방력 약화가 초래돼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국민생명을 담보로 하는 군·경찰과 같이 국가사무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직 전환에 대한 재정 소요 분석도 의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학계는 4만명에 달하는 지방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추가적인 재정부담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안행부는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 못한 지방자치 역행과 재정부담만을 적고 있다.

학계는 국가직으로 전환하면 지자체 소방 총예산(3조260억) 가운데 국가에서 지원하는 보통교부세 중 총액인건비 1조7266억과 지역자원시설세 8808억원를 국세로 전환하면 추가되는 예산은 418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직 전환시 국가 재정부담이 많지 않은 것이다. 이마저도 담배값 인상시 ‘소방안전세’ 신설 등 신세원을 발굴하면 국가에 부담은 없는데도 불구, 이같은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반대논리만 내놓고 있다.

한 소방관은 “정작 국가직을 반대하는 이유는 교부세를 무기로 지방자치단체에 ‘슈퍼갑질’을 하던 안행부가 교부세가 국세로 전환되면 조직이 축소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시·도지사들도 ‘자가용 헬기’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소방관을 종 부리듯 해 온 특권을 내려놓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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